제5의 계절
길가에서 울고 있는 날
셔츠 깃에 낙화한
맑은 이슬
스며들 생각 없는 그 이슬은
투명한 눈꽃으로 변하여
갈고리 하나로 걸친다
녹아내려
젖지 않는다 해도
영원히 이대로만 있기를
그러기를,
그토록 바래서.
뽀얀 소매로 감싸 두었지만
결국 겨울바람에 날아간 꽃은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구두의 밥이 됐다
서글히 갈색 조각을
소곡소곡 모아
깃에 올린다
웃어야 봄이 와
천박한 색 따윈 모두 바래고
분홍빛 가득한 행복이 물듦을 안다
그래서 울고 있다
해설
제5의 계절은 화자가 이슬(=눈꽃)과의 추억을
영원토록 붙잡아 두고자하는 염원이 만들어낸
마음 속 허상의 계절이다.
우는 행위 = 겨울
웃는 행위 = 봄
을 나타내는데, 이슬과의 추억을 영원토록 간직하고, 혹은 그 이슬이 다시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바라며
마지막 연에서는 봄이 오지 않도록 우는 것이다.
rf. 저자의 해석
이슬(눈꽃)과 화자의 상반된 태도
이슬은 눈꽃결정의 갈고리 하나로 툭 걸쳐놓을 만큼
화자와의 관계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반면,
화자는 소매로 이슬을 감싸려고 애를 쓰는 장면에서
이슬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짝사랑 관계라 볼 수 있다.
5연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5연의 내용은,
짝사랑 상대의 죽음, 즉 사별을 말할 수도 있고,
영영 보지 못하게 된 상황 그 자체를 의미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외에도 다시 해석하면 여러 관점이 등장한다
즉, 이 시의 해석에 있어 중요한 부분은 rf. 이전까지의
내용뿐이고, 이외에는 열린 결말이니 자유롭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