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손님

죄인

by 이 원

가끔 돌아보면

눈을 뜬 것 자체가 죄인 듯해


잠에 들 수 없는 밤과

깨고 싶지 않은 아침의

지겨운 연속에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


이를 나 혼자

온전히 들을 때만큼

외로운 순간이 또 있을까


이러매 시간에 서서 묻는다


왜 나한테

살아갈 자신이 없는 나한테

죽을 자신도 없는 나한테

매일 눈을 뜨게 하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내게 불치병으로 3개월 뒤 죽는다 하면

그동안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서

충격이어야 할 그 의사의 말이

너무나 반가울 것 같다


따뜻한 시골로 도망쳐서

매일 나룻바닥을 닦고

오래된 라디오로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이의 체온이 데운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에 들면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날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일은


매번 돌아보면

눈을 뜬 것 자체가 죄인 듯해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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