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가끔 돌아보면
눈을 뜬 것 자체가 죄인 듯해
잠에 들 수 없는 밤과
깨고 싶지 않은 아침의
지겨운 연속에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
이를 나 혼자
온전히 들을 때만큼
외로운 순간이 또 있을까
이러매 시간에 서서 묻는다
왜 나한테
살아갈 자신이 없는 나한테
죽을 자신도 없는 나한테
매일 눈을 뜨게 하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내게 불치병으로 3개월 뒤 죽는다 하면
그동안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아서
충격이어야 할 그 의사의 말이
너무나 반가울 것 같다
따뜻한 시골로 도망쳐서
매일 나룻바닥을 닦고
오래된 라디오로 노래를 듣고
사랑하는 이의 체온이 데운
따뜻하고 포근한 잠자리에 들면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 날
그런 날이 오면 좋겠다
하지만 그럴 일은
…
매번 돌아보면
눈을 뜬 것 자체가 죄인 듯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