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번째 손님

회고록

by 이 원

뒤를 돌아보니

내 피를 먹고 자란 장미 가시밭길만이 있고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멍하니 서있었다.


처음은 구원이었다.

곧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마지막은 한낱 꿈이었다.

나의 심장만을 도려냈다.


너덜 해진 접착테이프도

어딘가에 오랜 세월 붙어있다 보면

신상보다도 더 찰싹 달라붙는다 하여

나의 마음을

아예 닿지 않는 뜬구름에 붙이려 했고

그런 나를 비웃듯 해는 한 번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러다 정작

진정히 소중한 것.

절대 떨어지면 안 되는 것.

목련이,

그 꽃잎이 갈변해 낙화할 때에야

비로소 그 어리석음과 아둔함을 깨달았다.


곧바로

후회는 눈을 멀게 했고

미안함은 얼굴을 녹아내리게 했다.


이제,

거울 앞에서

더 이상 화장품 하나 바르지 않는다.


이 못날 얼굴이

너무나 많은 기대를 저버렸다.

참으로, 후회 많은 인생을 살았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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