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번째 손님

白春

by 이 원

아주 먼 옛날

우리 집 문간 앞에는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짧게 왔다 가는 사월의 볕 아래

발그레한 입술 같은 꽃잎들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날이면,

나는 그 선명한 낯빛을

영영 내 것으로 가두어 두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정든 동네를 떠나던 날

마지막 마음의 조각이라도 챙기듯

진 배 벚꽃 잎을 레진 속에 가둬

보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허나 고작 닷새,

딱 닷새만 반짝이다

꽃잎은 볼품없이 시들어 버렸습니다.

하릴없이 흘린 그 후회의 눈물들이

내 마음속 마른 벚나무에

가만가만 물을 주고 있었나 봅니다.


세월을 지나 다시 마주한 봄,

이문동에 신입생으로 등교하는 날.

여전히 분홍빛 날개들이 저마다의 생을 파닥이고,

그 빛에 젖어 걷는 나의 심장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이 화랑의 일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빛깔로 물들어 뛰고 있었습니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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