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春
아주 먼 옛날
우리 집 문간 앞에는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짧게 왔다 가는 사월의 볕 아래
발그레한 입술 같은 꽃잎들이
어지러이 흩날리는 날이면,
나는 그 선명한 낯빛을
영영 내 것으로 가두어 두고 싶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정든 동네를 떠나던 날
마지막 마음의 조각이라도 챙기듯
진 배 벚꽃 잎을 레진 속에 가둬
보석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허나 고작 닷새,
딱 닷새만 반짝이다
꽃잎은 볼품없이 시들어 버렸습니다.
하릴없이 흘린 그 후회의 눈물들이
내 마음속 마른 벚나무에
가만가만 물을 주고 있었나 봅니다.
세월을 지나 다시 마주한 봄,
이문동에 신입생으로 등교하는 날.
여전히 분홍빛 날개들이 저마다의 생을 파닥이고,
그 빛에 젖어 걷는 나의 심장 또한
이미 오래전부터
이 화랑의 일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 빛깔로 물들어 뛰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