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니체》 프롤로그
나는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마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음을 느낀다. 가족, 사랑, 직업, 인간관계…. 모두 우리 각자의 삶을 단단히 받쳐 주는 것들이지만 때때로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 무거운 짐으로 느껴진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신이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 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정작 인생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은 즐기지도 못한 채 지나쳐 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어릴 적 꿈꾸었던 삶과는 너무나 다른 곳으로 와 버렸다. 내가 정말 이루고 싶었던 꿈들은 이제 영영 멀어져 버린 것 같다. 지금 이 모습 이대로 남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흔에 깨닫게 된 것들이 결국 이것밖에 안 된단 말인가?
‘나에게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가?’
‘나는 내 삶을 제대로 누려 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가?’
‘나는 과연 내 인생의 주인인가 아니면 노예인가?’
이러한 질문들이 마음에 와닿는다면 이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이 단 하나 있다면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하루를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중요한 것은 인생의 정답이 아닌 질문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의심의 철학자’라고 불린다. 그는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 왔던 진리와 가치, 삶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어보았다.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또한 내가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어떤 삶을 살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지를 알아야 한다. 니체는 인생의 마지막 질문을 찾았다.
“나는 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마흔, 왜 니체 철학인가?
많은 사람이 별다른 일 없이 사는 것 같아도 사업 실패, 실직, 결혼 생활에서의 권태, 이혼, 가족과 친구의 죽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 고통받는다. 또한 그야말로 순식간에 바뀌어 가는 사회의 변화와 갈수록 심해지는 물질 만능주의에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달려왔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좋다고 평가하는 것을 좇느라 결국 진정한 자기는 실종된 삶을 살아왔다. 그랬더니 이제는 매일같이 우울, 두려움, 분노, 증오, 질투, 원한 같은 기분 나쁜 감정들에 휩싸인 병든 인간이 되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줄 타는 광대’처럼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하루하루를 악전고투하며 산다. 앞으로도 이렇게 지루한 삶이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맥이 빠진다.
이렇듯 삶의 한가운데에 나만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기분이 든다면 이제 삶의 의미를 찾은 철학자 ‘니체’를 만날 시간이다. 과연 니체 철학의 어디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첫 번째, 니체의 작품은 인생에 힘이 되는 주옥같은 아포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통으로 가득한 현실을 넉넉히 이겨 낼 수 있는 뚝심 좋은 니체의 잠언들은 큰 위로가 될 것이다.
두 번째, 니체 철학은 ‘삶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 마흔에 니체의 작품을 읽는다면, 어떻게 공허한 마음을 다잡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는지 그 해답을 찾을 것이다. 살아가는 동안 숱한 고민 속에서 우리는 해답이 있다고 믿고 그 해답을 찾아 헤매느라 고통스러워한다. 만약 몇 개의 해답을 찾았다고 해도, 인생살이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 여기에 니체가 이런 답을 내놓았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니체 철학은 허무주의, 즉 무의미한 삶에서 벗어나는 데에서 시작했다. 니체는 생각 자체를 바꾸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무언가에 의지하며 살았던 태도에서 벗어나 오직 자기 자신만을 의지하라고 말한다. ‘내가 진정으로 나답게 사는 것’이 니체가 제시한 ‘초인’으로서의 삶이다.
세 번째, 니체는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삶은 고통 그 자체”라고들 말했지만, 지금은 유난히 더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마흔이면 삶이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낯설 때가 많다. 이런저런 문제가 우리의 삶을 옭아매고 있어서 견뎌 내기가 더욱 힘들다. 하지만 니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이것이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운명애’이다. 니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비록 사실은 그러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라는 뜻이다. 니체는 우리의 인생이 고달픈 것은 사실이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 삶을 사랑하라고 했다. 곧 행복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 행복이나 불행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현재 가진 것에 얼마나 만족하며 감사하는가에 달려 있다.
“당신은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사랑하는가?”
이 물음에 당신은 조금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면 삶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 그런 것이다. 열정은 삶을 이끌어 가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는 인생의 중반 이후의 삶으로 향하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40대는 삶을 극복하느냐 아니면 그냥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을 때다. 이 중요한 시기의 우리에게는 현재 젊은 시절에 꿈꾸었던 삶은 온데간데없이 공허함만 남아 있다. 인생의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머뭇거리며 권태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이때 주어진 현실에 안주한다면 정신의 성장은 멈추어 버리고 말 것이다.
누구나 영원한 삶을 꿈꾼다. 그런데 과거에 놓쳐 버린 것들을 떠올리며 후회 속에 살아가기 바쁘다. 그러다 결국 남은 삶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니체는 유고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삶의 순간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마흔, 니체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더 힘든 삶을 미리 살아 본 니체가 당신이 절망, 좌절, 외로움, 방황, 실패와 마주할 때 이를 극복할 해결책을 말해 줄 수 있다. 그는 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철학적 사유로 남겨 두었기 때문이다. 허무감과 무기력이 급습해 오는 나이에, 니체는 자신이 제시하는 철학적 무기로 방어해 보라고 한다.
니체 철학은 우리 삶과 매우 가깝다. 나는 니체 철학에서 우리 삶에 특별히 중요한 25가지의 키워드를 선정한 후 방대한 《니체 전집》을 해체하고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여 각각의 키워드와 연결하는 작업을 해 왔다. 따라서 이 책 한 권만 읽는다면 니체 철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건강한 삶을 위한 자극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인간의 몸과 마음의 건강 문제를 다룬 최고의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니체의 말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지금부터 단 한 번뿐인 이 삶을 사랑한 철학자 니체의 인생 수업에 참여해 보자.
책 《마흔에 읽는 니체》, 저자 장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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