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니체의 《아침놀》을 읽고
《아침놀》
도덕 그 자체가 아니라 도덕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서 벗어나라!
프리드리히 니체는 그의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저술했던 작품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도덕적 선입견에 대한 생각들’이라는《아침놀》의 부제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니체는《아침놀》이라는 책으로 도덕에 대한 나의 전투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도덕이라는 이름 아래 경외되고 숭배되기까지 했던 모든 것을 이 책으로 작별을 고한다고 선언한다. 다시 말해 니체는 《아침놀》이라는 작품에서 모든 도덕가치로부터 해방을, 지금까지 부정되고 의심되며 저주받아왔던 모든 것에 대한 긍정과 신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니체는 《아침놀》 서문에서 ‘나는 도덕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파내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니체는 도덕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도덕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
“나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나는 땅속으로 구멍을 뚫었다. 나는 낡은 신념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우리 철학자들이 수천 년 동안 가장 확실한 땅 위에 세워 놓았다고 생각해 왔던, 바로 그 땅을 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든 건축물이 무너졌어도 또다시 팠다.”
니체가 새로운 아침을, 다시 새로운 아침을 여는 이제껏 발견되지 않았던 은근한 붉은빛을 찾는, 새로운 날들의 세상 전체를 여는 방법이 바로 ‘모든 가치의 전도’이다. 이 책의 제목 자체가 ‘아침놀’이듯이 니체는 그동안 사람들을 지배해 온 어둠을 깨뜨리고 아침에 해가 뜰 때 붉게 물드는 아침놀처럼 인간의 이성적인 능력을 강화시켜 인간이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 되게 하려고 했다.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과제는 인류 최고의 자기 성찰의 순간인 위대한 정오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때 인류는 과거를 회고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우연과 사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왜?, 무슨 목적으로?라는 질문을 최초로 전체적으로 제기할 것이다.”
니체는 인류의 역사를 회고하면서 우연과 사제의 지배에서 벗어나 왜?, 무슨 목적으로?라는 질문을 최초로 전체적으로 제기했다. 여기서 우연과 사제의 지배란 이원론에 바탕을 둔 플라톤주의와 그리스도교가 지배해 왔던 가치를 말한다. 다시 말해 니체는 ‘모든 가치의 전도’를 통해 기존 서양을 지배해 왔던 형이상학의 토대를 전복하고 새로운 철학적 지평을 제시한다. 그래서 니체는 《아침놀》에서 ‘영혼’, ‘정신’, ‘자유의지’, ‘신’ 등을 거짓 개념이자 도덕의 보조 개념들에 불과하고 그것들이 인류를 파괴해 왔다고 말한다. 특히 기존 형이상학의 ‘영혼의 구원’은 진정한 자기인 ‘몸’에 대한 경멸이며 데카당스의 처방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니체 사상은 그의 저술 활동을 기준으로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제1기는 《비극의 탄생》과 《반시대적 고찰》을 1869년부터 1876년이다. 제2기는 18776년에서 1882년까지 니체 스스로 자기 철학이 겪은 발전 과정을 ‘오전의 철학’이라고 표현한 시기이다. 그는《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 2》, 《아침놀》,《즐거운 학문》등 네 권의 작품을 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3기는 1883년부터 1888년까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니체 철학이 그 정점을 찍었던 시기이다.
1881년에 출간된 《아침놀》은 시대정신이었던 계몽주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두 번째 시기에 속하는 작품이다. 또한 《아침놀》은 니체의 후기 작품인 《선악의 저편》과 《도덕의 계보》로 연결되는 선악이분론과 도덕의 계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체계성을 싫어했던 니체는 《아침놀》에서도 575개의 아포리즘, 즉 잠언의 형태로 기술하고 있다. 니체의 아포리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안 되고 해석의 기술이 필요하다. 즉 읽을 수 있게 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세창출판사에서 출간된 신간 《아침놀》은 기존의 책과 다르게 번역자의 자세한 미주가 달려있어서 원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침놀》뿐 아니라 니체의 작품들을 꾸준히 시간을 내서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느 순간 니체의 말이 다가오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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