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존 밀턴은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 사상가, 혁명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저서 《실낙원》은 단테의 《신곡》과 함께 불후의 종교적 서사시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지옥과 천국, 지상을 무대로 아담과 하와가 사탄의 유혹에 빠져 금단의 선악과 열매를 먹은 후 낙원에서 추방된다는 내용으로 인간의 원죄와 그 구원의 가능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존 밀턴은 찰스 1세가 1649년 단두대에서 처형된 후, 크롬웰 정권의 대변인이 되었고, 실명한 뒤로도 혁명을 옹호하는 글을 계속 썼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660년 공화정이 좌절되고, 왕정이 복고되었다. 밀턴은 정치 보복으로 재산 몰수와 신변도 위험해졌으나 기적적으로 처형만은 면했다. 시력과 재산을 잃고 가난에 허덕이던 그는 딸의 도움을 받아 『실낙원』을 집필했다.
『실낙원』은 총 12권으로 되어 있는데, 지옥에 떨어져 악마가 된 사탄이 타락천사들을 소집해 가장 좋은 복수 방법을 궁리하는 부분으로 시작한다. 임무를 부여받은 사탄은 홀로 날아가 낙원을 지키고 있던 천사의 눈을 피해 아담과 하와가 있는 곳으로 간다.
하나님은 인간이 사탄의 달콤한 거짓말에 솔깃해 음모와 그 유혹에 빠져서 타락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왜 전지전능한 하나님은 인간의 타락을 막지 않았을까? 그것은 바로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락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타락하는 것이 가능하다.
“만일 그들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은 하지 못하고 오직 해야 할 일들만을 해야 할 것이니, 진실한 충성심과 변함없는 믿음이나 사랑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그 어떤 참된 증거로 보여줄 수 있겠느냐. 만일 의지와 이성이 둘 다 자유를 빼앗겨 쓸모없고 공허한 것이 되어 버려서, 자유롭게 나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필연을 섬기게 되어 있다면, 그들이 무슨 칭찬을 받을 수 있겠으며, 그들의 그런 순종으로 인해 내가 무슨 기쁨을 얻을 수 있겠는가.” p110
“그들은 바르게 살도록 창조되었고, 실제로 바르게 살 수 있는 힘도 주어졌기 때문에, 마치 내가 모든 것을 미리 알고서, 그들의 의지를 완전히 지배하고 장악하여, 그들의 타락을 절대적으로 미리 예정한 것이라는 듯이, 그들을 창조한 자인 나를 비난하거나, 그들을 창조한 것 자체를 비난하거나,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을 비난하는 것은 모두 옳지 않다. 그들의 반역은 그들이 스스로 작정한 것일 뿐이고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 모든 것을 미리 알았다고 하더라도, 나의 그러한 예지는 그들의 반역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내가 그것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반드시 반역을 저지르고야 말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p110
《실낙원》은 서양 고전 지식과 기독교 사상의 결합, 즉 서양문화의 양대 산맥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합하여 성경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리스 로마의 신화가 인용되어 있다. 그래서 이러한 배경지식이 없는 경우에는 내용이 난해하고, 접근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서는 자신들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룩 흘러내렸지만, 그들은 얼른 눈물을 훔쳤다. 그들 앞에는 온 세상이 펼쳐져 있었고, 그들은 이제 그 중 어느 곳을 자신들의 안식처로 선택해야 할지를 정해야 할 것이었지만, 섭리가 그들의 안내자가 되어 줄 것이었다. 그들은 손을 잡고서 유랑의 발걸음을 서서히 옮겨, 에덴을 지나 외롭고 고독한 길을 갔다.” p522
사탄의 꾐에 빠져 하나님을 배신하고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하와가 눈물을 주르룩 흘리는 마지막 장면이 불행해 보이고 앞길은 험난하지만, 하나님의 독생자 그리스도에 의한 구원의 희망이 있기에 두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불행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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