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닉과 내공
제주생활도 점점 끝이 보인다. 떠나기 전에 크로스핏 기술 하나 정도는 몸에 익히고 가야, 이곳에서의 발버둥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의 테크닉을 내 몸에 새기고 가리라 다짐했다.
크로스핏 테크닉중 '토투바Toe to Bar , 줄여서 TTB'라는 것이 있다. 바에 매달린 후 발끝을 바까지 들어올리는 동작으로 복근과 팔에 충분한 근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육지에 올라가기 전에 반드시 토투바를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가족여행을 가서도 친구들과 후쿠오카에 가서도 철봉에 매달려 연습했다. 그래도 쉽지는 않았다.
육지에 올라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코치님에게 물었다.
'토투바를 하고 싶은데, 매일 연습하면 일주일이면 될까요?'
- 토투바는 피지컬이 돼야 가능한거예요. 그냥 한다고 되는게 아니예요.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를 한대 맞은것 같았다. 처음엔 '넌 아직 안돼, 넌 멀었어' 라는 말로 느껴져서 서운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다.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외면하고 싶었다. 토투바를 할 정도로 몸에 충분한 근력과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레 토투바가 되는게 맞다. 그런데 나는 토투바를 할 깜냥도 안되었으면서 테크닉 하나 해보려는 하수 중에 하수였다.
그리고 이 말은 내 삶의 여러분야를 관통할만큼 꽤나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느껴졌다.
차고 흘러넘칠 정도로 충분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법인데, 나는 언제부턴가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만 이루면 내공도 따라온다고 착각했다. 피지컬이 안되는데 어쩌다 토투바를 하나 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인가.
없는 것을 있는 체 하는 삶 말고 이미 가득차서 흘러넘치게 해버리는, 본질이 차고 넘치는 삶을 살고 싶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평판과 포지션, 연봉, 회사 그러니까 어떤 '라벨'을 쫓을게 아니다. 내공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겉껍질과 테크닉에 눈이 멀지 않고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라벨은 따라오는 것이지 목표가 될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토투바 1번을 희망하되 이루지 못하는 내 자신을 못마땅해하지 않기로 했다. 운동을 열심히하다보면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겠거니 생각하면서 몸이 완성되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언젠가 발이 바에 부딪혀서 나는 '탕'소리가 운이 아닌, 내공이 되는 날이 올 것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