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째주에 영하권의 날씨.
슬슬 추워지고 바람부니 아침에 나가는 것이 늘 주저하게 된다. 그럼에도 아침에 눈 뜨면 다시 나간다. 그냥 나간다. 이유가 없다. 가기 싫은 마음이 들지만 어느새 몸은 움직이고 있다. 그냥 일종의 습관이자 루틴이다. 어느덧 두 달을 향해가는 런닝 모임. '진'은 들쭉 날쭉하지만 주 1회 이상은 온다. '은'은 하루도 빠짐없이 나보다 일찍온다. 저번에는 차에 시동을 건채, 한참을 안 와서 바쁜 일이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아니고 너무 피곤해서 히터 틀어놓고 잠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온다. 수족냉증을 호소하면서도.
오늘도 총 10바퀴를 돌았다. 그 중에서 3바퀴는 걷고 7바퀴는 뛰었다. 문득 자꾸 빨리 달리려고 해서 지치는 것 같았다. 속도를 늦췄다. 수묵화 선생님도 나에게 난을 그릴 때 , 일부러 3초를 멈추라고 했다. 왜요? 그냥 멈추는 것을 연습하라고 했다. 천천히. 그러고보니 나는 런닝 때도 조금이라도 빨리 뛰고 싶어서 조급함을 선보였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런닝도 기록을 재는 것도 아닌데 빨리 뛰고 싶어서 조급함을 부렸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느긋함과 절제력이다. 그래! 천천히 뛰어보자!라고 결심했다. 천천히 종종 걸음으로 뛰었다. 그랬더니 훨씬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갑자기 급하게 몰아쉰 호흡도 정상적으로 천천히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아 내가 빨리 뭘 하고 싶어해서 이렇게 조급함에 빠르게 지쳐갔구나. 천천히 해도 된다. 천천히 뛰어도 된다. 시간은 충분하다. 계속해서 주문을 걸었다. 천천히. 느리지만 천천히. 어느덧 호흡이 차분하게 정상화 되었다. 나의 생활 전반에 있는 조급함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아직 준비도 안되었는데 나는 너무나도 빨리 하고 싶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