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엉덩이 힘이라고 말하는 아빠가 싫어

by 최균자



초등학교 5학년 동현이 어머니께서 상담하러 오셨다. 며칠 전 집에서 일어난 일을 말을 하며 우리 동현이 어쩌면 좋겠냐며 울상을 지었다. 엄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았다.

초등학교 5학년인 동현이는 공부해도 운동을 해도 끈기 있게 하지 못했다. 앉음과 동시에 일어나서 새로운 것을 하려고 했다. 심지어 게임을 하면서 물을 마시러 가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아빠는 우연히 보게 되었다.

동현은 아빠와 엄마가 맞벌이하셔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시간 관리를 배워본 적이 없다 보니 왠지 조급증이 생긴 것처럼 이거 했다 저거 했다 어수선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모습이 아빠의 눈에 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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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온 엄마는 저녁을 하느라 바쁜 가운데 동현이에게 숙제는 했냐고 물었다.

묵무부답인 동현이를 본 엄마는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이 났다. 숙제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채 5분도 되지 않아 다시 숙제해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독서도 찔끔하고 공부도 잠깐 하는 게 동현이의 특징이었다. 게임도 카트라이트 하다가 얼마 안 있어 마리오로 넘어갔다. 공부는 고사하고 게임조차도 끈기 있게 하지 못하는 동현이에게 살며시 다가가서 아빠는 말했다.


아빠 : 정말 진득하게 앉아서 게임이라도 하면 엉덩이 힘이라도 있을 거야

동현아 너의 넓은 엉덩이 힘으로 단 30분이라도 앉아서 책 봐. 책 보기 싫으면 게임이라도 해 볼까?

동현 : 아빠 난 게임도 싫고 공부는 더더욱 싫어요. 책도 싫은데.

아빠 : 그럼 넌 무얼 하고 싶어

동현 : 난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엄마가 밥 주면 밥 먹고 학원 가라고 하면 학원 가고

그냥 그게 좋아요.

아빠 : 공부가 싫은 데 학원은 왜 가지?

동현 : 엄마가 가라고 하니깐요.


동현이 아빠는 무기력에 빠진 아들을 보면서 왜 이토록 우리 아이는 자기 생각도 없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만 할까 걱정이 됐다. 늘 자기주장이 강해서 혼나던 동현이의 모습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게임도 좋아했고 책도 잘 읽어 왔던 동현인데 그 본모습은 어디로 간 것일까. 혹시 사춘기일까.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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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월차를 내고 학교에 부모동행 학습을 신청해서 강원도 계곡으로 여행을 갔다. 아주 작은 피라미들이 보이는 냇가에서 아무 말 없이 아들과 시간을 보냈다. 한참 후에 동현이가 말을 걸었다.


“아빠 피라미는 아주 작아.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르게 느껴져요.”

동현이의 반응에 아빠는 “그럼 우리 피라미를 잡아볼까”라고 제안을 했다.


재빠르게 도망 다니는 피라미를 잡기란 너무 힘이 들었다. 동현이는 피라미를 잡기 위해

두 손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렇게 보낸 시간이 30분 40분 이상 지났다. 한 마리를 잡아 야구 모자 안에 넣어 한 마리 잡았다고 자랑했다. 고사리 같은 두 손이 언제 이렇게 커서 같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빠는 동현이에게 이야기했다.






“우리 동현이 엉덩이 힘이 이렇게 큰 줄 몰랐는데. 잡으려는 의지력이 대단하네.”


그 칭찬 한마디에 동현이의 얼굴은 더 신이 나서 피라미를 더 많이 잡으려고 애를 썼다. 아빠의 큰손을 빌려 잡을 수도 있고 채집망으로 단숨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아빠는 솔선수범해서 보였다.



엉덩이 힘이 큰 것을 칭찬하면서 공부는 진득하게 책상에서 하는 거라고 슬쩍 건넸다.

동현이의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을 생각을 했다. 학교 갔다 와도 반겨줄 사람이 없는 빈 집에 들어가는 동현이의 모습이 보였다. 외롭고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몰라주고 칭찬이라곤 병아리 눈물만큼도 안 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것도 하지 마라 저것도 하지 마라, 금지 투성이의 말만 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TV 속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의 나이에 맞게 부모가 해 주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고 한 오은영 박사의 말씀이 떠올랐다. 열두 살은 지금뿐이다. 이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단지 추억만 남을 뿐이다. 여행을 함께 하면서 동형이의 모습이 한결 밝아지고 좋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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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사춘기 접어드는 동헌이 나이에 맞게 아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피라미 잡을 때 집중했던 동헌이라면 집중력 높이는 데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공부할 때는 목표를 세우고 무엇을 위해 공부하는지 알고 공부를 하면 힘이 난다는 이런 공부법 이야기는 동현이공가 공부의 연속이라 싫어할 것 같았다. 흥미를 느끼면서 쉽게 하는 것은 뭐가 있을까? 아빠가 생각해 낸 것이 ‘모래시계'였다.


모래시계로 15분간 책상에 위에 두고 앉아있는 습관을 4번만 하면 60분이 된다. 처음에는 그 15분이 길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지루해서 게임을 했다가 독서를 하다가 결국 학교 숙제까지 하게 되었다.

“아빠 15분이 이렇게 짧아요. 학원 숙제까지 했어요.”


그럼 이번 15분간은 아빠랑 보드게임을 해 볼까? 하고 루미큐브 보이저 게임을 하니 시간은 신기하게 흘러가고 동현이는 재미있다고 또 하고 싶다고 했다.

모래시계가 아래로 내려오는 하나의 알갱이들이 모여서 쌓이는 모래가 마치 아들과 나를 이어주는 하나의 지팡이 같았다. 15분간의 모래시계로 엉덩이 힘 기르는 끈기는 습관을 잡아주는 아주 고마운 친구이자 동현이를 더욱 빛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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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관심으로 시작한 피라미 잡기 놀이가 동현이의 마음을 열게 되었다. 초등 5학년에 맞는 부모의 역할로 아들 마음 챙기기를 실천했다. 그 결과 엉덩이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모래시계를 이용해 습관들이 는 것으로 아들에게 사랑을 실천한 셈이다.


부모가 해주는 칭찬은 자녀에게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동현이의 부족해 보이는 면을 채워주면서 아빠는 거듭 회한에 젖었다. 진작이 이렇게 해주지 못한 뒤늦은 반성을 했다.


“아빠는 우리 동현이가 이렇게 잘해 주어서 감사해.”

생각지도 않게 동현이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아빠 그럼 우리 감사 일기를 써 볼까?”

“우리 동현이 감사 일기도 쓸 줄 알아?”

“당연하지. 학교에서 알림장에 매일매일 감사한 일 5가지 적기가 숙제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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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매일 숙제했냐고 물어보는 그간의 무관심했던 것에 미안함을 느끼면서 “그럼 감사한 일 5가지 적어보자.”라고 동현이에게 말했다.


-나를 이렇게 나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숙제를 아빠와 함께 기분 좋게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오늘 청소시간에 열심히 청소해 사탕을 받아서 진짜 감사합니다.

-엉덩이 힘으로 15분 동안 4번을 움직이지 않고 수학 문제를 풀어서 감사합니다.

-아빠 엄마가 내 곁에서 독서를 하고 나도 독서를 해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수학 상담으로 시작된 동현이의 공부와 생활 태도와 공부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제안한 결과에 대해 어머님은 너무나 만족해하셨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동현이의 여행 너무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어머님은 이번엔 양보해야 해요. 섭섭해하지 마시고 아빠와 동현이를 지켜보자고 하고 조언해 주었다. 울상을 지은 동현이 엄마는 이제야 웃을 수 있다. 아들의 마음을 한 뼘 더 자라게 해 준 신랑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하셨다.


이처럼 사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은 감사 일기를 적으면 감사한 일이 많아서 하루하루가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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