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을 배우는 중입니다"
Part 1하고 싶었던 말, 끝내 하지 못한 말
"사랑해"라는 말을 아버지에게 한 적이 있었던가. 마흔이 넘은 지금도, 그 기억은 아무리 떠올려도 없다. 내가 감수성이 예민하고 말로 감정을 잘 표현하던 시기에는 아버지가 그런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고, 아버지가 오랜 고독 끝에 사랑이라는 표현을 가족에게 건네기 시작했을 때는, 정작 내가 그런 감정을 귀찮아하거나 무덤덤해진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마음 한켠엔 늘 그 말을 해드리고 싶었다. 큰 사건이 있었을 때, 아니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쿵 내려앉는 날, “아버지 사랑해요” 그 한마디를 꼭 해드리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은 여러 번 했지만, 결국 표현은 늘 어려웠다.
아버지는 내 마음을 알고 계셨을까. 때때로 편지를 통해 그분의 마음을 읽은 적은 있다. 군대에 있을 때, 생일이나 명절에 보내주신 손편지 속에서 어색하게 삐뚤빼뚤 적힌 “사랑한다”는 문장. 그 짧은 한 줄이 낯설어서, 편지를 쓴 아버지보다 읽는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기억난다. 캐나다 어학연수를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한 날. 외국물 좀 먹었다는 자의식에 들떠, 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버지를 꼭 안아드렸다. 그 순간 아버지의 당혹스러운 표정. 무슨 일인가 싶어 동작을 멈추셨던 그 찰나의 정적. 그 장면은 가끔 떠오르며 나를 웃게 만든다.
이제 아버지는 일흔이 넘으셨고, 나도 마흔을 훌쩍 넘겼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더 깊이 서로를 이해하지만, 표현은 오히려 점점 더 어색해지는 것 같다. 말이라는 건, 결국 습관이다. 자주 써야 입에 익고, 입에 익어야 마음이 무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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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매일 하는 사랑 고백, 매일 다른 감동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지금, 내 딸에게 매일 말한다.
"사랑해."
"아빠한테 와줘서 고마워."
"내 딸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벌써 5년이 넘었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 한 번씩 꼭 해주자 다짐했던 말들이다.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양치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잠들기 전 마지막 인사로, 때로는 이유 없이 문득, 내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마다 말한다.
그랬더니 딸도 자연스럽게 그런 아이가 되었다. 아무 이유 없이 내게 달려와 "아빠 사랑해!"라고 안긴다.
"아빠, 뽀뽀!"라며 볼에 입을 맞추고,
"아빠!" 한마디만으로도 웃게 만든다.
이 아이의 애정표현은 내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가장 따뜻한 원동력이다. 딸의 사랑은 준비하지 않아도 흘러넘치고, 기대하지 않아도 먼저 찾아온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 미안해진다. 나와 여동생은 아버지에게 이런 선물을 드린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이라도 해드리면… 좋아하실까.
예상치 못한 어색한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아버지의 그날 공항에서의 표정을 다시 떠올리더라도, 지금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며,
오늘은 용기 내어 전화를 걸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