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내 멸실 기한을 넘겼어도 세금을 면제받는 '정당한 사유'의 법리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사업을 위해 낡은 빌라를 샀는데, 세입자가 안 나가서 철거가 늦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억 원의 종부세를 내라니요?"
부동산 개발 현장에서 종종 듣게 되는 하소연입니다. 낡은 주택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주택건설사업자들에게 '시간'은 곧 '돈'입니다. 특히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사례는 '주택 멸실 기한'을 단 2주 넘겼다는 이유로 거액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받은 건설사의 이야기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회사는 억울한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습니다. 과연 어떤 법적 논리가 이들을 구제했을까요? 조세심판원의 최신 결정례(조심2025부2453)를 통해 그 해법을 분석해 드립니다.
주택건설사업자가 주택 건설을 목적으로 멸실 예정인 주택을 취득할 경우, 정부는 해당 주택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혜택(합산배제)을 줍니다. 낡은 집을 부수고 새 집을 공급하려는 사업적 목적을 지원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법은 엄격한 조건을 겁니다. "취득일로부터 3년 이내에 주택을 멸실시킬 것." 만약 이 기간 내에 멸실하지 못하면, 그동안 면제받았던 종부세와 이자 상당액까지 토해내야 합니다.
이 사건의 청구법인(건설사)은 2021년 2월 23일, 부산 기장군의 연립주택 33세대를 취득했습니다. 법대로라면 2024년 2월 23일까지는 건물을 멸실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멸실이 완료된 날짜는 2024년 3월 13일이었습니다.
약 3년의 기간 중 불과 '19일'을 넘긴 상황. 과세관청(세무서)은 냉정했습니다. "3년 내 멸실하지 않았으니 합산배제 요건을 위반했다"며 2022년, 2023년 귀속 종부세 및 농어촌특별세 수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건설사는 억울했습니다. 일부러 늦장 부린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었습니다.
첫째, '무단 점유자'들이 있었습니다. 건설사가 주택을 취득한 후, 기존 소유자 및 임차인들과 명도(이사 나감) 합의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일부가 약속을 어기고 계속 거주했습니다. 결국 건설사는 명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판결을 받아 내보내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려 11세대가 퇴거를 거부하며 버텼습니다.
둘째, '행정청의 늑장 처리'도 한몫했습니다. 건설사는 기한 내 멸실을 위해 부지런히 해체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인사이동 등으로 인해 필수 절차인 '감리자 지정' 통지가 12일이나 지연되었습니다.
건설사는 항변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명도 소송과 행정 지연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유였다."
이 사건에서 건설사는 두 가지 논리를 폈습니다.
건설사는 법 문구의 '멸실시키는'이라는 표현을 '멸실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상태'로 해석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세 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법 문언상 '3년 이내 멸실'은 '멸실 완료'를 의미한다고 못 박았습니다.
종합부동산세법 시행규칙 제4조의4는 "주택 취득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유가 발생하여 멸실이 지연된 경우"를 구제해 주는 '정당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였을 때 청구인에게 위 사유가 있다고 보아, 과세관청이 처분한 종부세 등을 취소하였습니다.
조세심판원의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성: 주택 취득 후 전 소유자 등의 무단 점유로 인한 명도 소송 장기화는 취득 당시 예측하기 어려운 사유다.
불가피성: 통상적인 건설 사업 방식상 명도가 완료되지 않으면 철거를 시작할 수 없다.
노력의 진정성: 건설사는 명도가 완료되자마자 지체 없이 행정 절차를 밟았다.
실질적 현황: 비록 서류상 멸실 완료일은 2주 늦었지만, 감리보고서 사진을 보면 3년이 되는 시점에 이미 건물 3개 동의 외형이 거의 철거된 상태였다.
결국 심판원은 "이러한 사정은 주택 멸실이 곤란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3년이 지났음에도 종부세 합산배제 혜택을 유지해 주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운이 좋아 이긴 케이스가 아닙니다. 건설사가 명도 소송 판결문, 내용증명, 행정청의 공문, 감리완료보고서 및 현장 사진 등 자신들의 '불가피한 사정'과 '노력'을 입증할 증거를 철저히 남겨두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법이 정한 기한을 어기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 상황이 내 통제 범위를 벗어났으며,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세금 문제, 특히 억울한 과세 처분 앞에서는 포기하지 말고 전문가와 함께 '정당한 사유'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꼼꼼한 기록과 법리적 대응이 수억 원의 세금을 막아내는 방패가 됩니다.
주택건설사업자가 3년 내 주택을 멸실하지 못하면 종부세 면제 혜택이 취소되고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알박기'나 '무단 점유'로 인한 명도 소송, 관청의 행정 지연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면 구제받을 수 있다.
억울한 세금을 피하려면 예측 불가능한 지연 사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증거(소송 기록, 공문 등)를 철저히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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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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