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자회사 평가, '장부가액' 예외를 인정한 사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때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단연 '평가(Valuation)'입니다. 특히 해외에 자회사를 둔 법인의 주식을 특수관계인에게 양도할 때는 세법상 시가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무적으로 "보충적 평가액이 장부가액(취득가액)보다 낮으면, 무조건 장부가액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세법 규정을 절대적인 원칙으로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최근 이 원칙을 깨고, 실질 가치인 '0원'을 인정받아 양도소득세를 환급받은 의미 있는 심판례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장부가액의 함정'을 피하고 실질과세 원칙을 지켜낸 최신 조세심판원 결정례(조심2025서2902)를 분석해 드립니다.
사건의 발단은 청구인이 자신이 보유한 미국 법인 A사(쟁점법인)의 주식을 특수관계자인 B사에게 양도하면서 시작됩니다.
A사는 또 다른 미국 자회사(C사, D사)를 거느린 중간지주회사였습니다. 문제는 이 자회사들의 상태였습니다. 수년째 막대한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청구인은 양도소득세 신고 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했습니다. 원칙적으로 자회사의 가치가 '0원'이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면 A사의 주식 가치도 낮아져야 했습니다.
하지만 상증세법 시행령 제55조 제1항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자산의 평가액이 장부가액(취득가액)보다 적은 경우에는 장부가액으로 한다."
이 규정 때문에 청구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회사의 가치를 '0원'이 아닌 수백억 원에 달하는 '취득가액'으로 평가하여 세금을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이건 실질과 다르다"며 경정청구를 제기했고, 과세관청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였습니다. 법령에는 단서 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장부가액보다 적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과세관청은 "매출이 유지되고 있고, 자산 규모가 증가 추세이므로 가치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당한 사유를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심판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심판원의 '정당한 사유' 인정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부가액(취득가액)과 보충적 평가액(0원)의 차이가 너무 현저했습니다. 단순히 차이가 나는 수준을 넘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차이는 실질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본 것입니다.
자회사는 6년 넘게 자본잠식 상태였고, 결손금은 취득가액의 수 배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자회사끼리 합병하고 공장을 매각하는 등 사실상 사업 축소 및 폐업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과세관청은 매출 유지를 근거로 들었지만, 심판원은 "부채 증가율이 훨씬 높고, 만성적인 적자 구조"라는 점을 더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셋째, 배임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세무서 주장대로 '장부가액'을 시가로 보아 거래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인수하는 법인(B사)의 경영진은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비싼 값에 사온 꼴이 되어,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을 수도 있는 모순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청구인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보충적 평가액('0원')이 장부가액보다 적은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거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이 결정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합니다.
세법은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장부가액 평가라는 하한선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망해가는 회사를 우량 회사로 둔갑시켜 세금을 물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비상장주식을 평가할 때, 자회사의 실적이 처참함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취득가액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취득 후 상당 기간 경과 ▲지속적인 자본잠식 ▲향후 회복 불가능성 등을 입증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정당한 사유'를 주장하여 납세자의 권리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상장주식 순자산가치 계산 시, 평가액이 장부가액보다 낮으면 장부가액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자회사가 완전 자본잠식, 만성 적자 등으로 회복 불능 상태라면 '정당한 사유'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기계적인 법 적용보다는,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 상태와 미래 가치를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절세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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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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