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명의대여자의 기납부세액과 납세의무 소멸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변호사로서 세무 관련 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명의대여'가 얼마나 큰 법적 위험을 초래하는지 뼈저리게 느끼곤 합니다. 특히 병원이나 약국 등 전문직 분야에서는 고용된 의사나 약사가 사업자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훗날 막대한 세금 폭탄을 맞거나 복잡한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됩니다.
오늘 소개할 대법원 판례(2024두50681)는 명의를 빌려준 '봉직의(월급 의사)'가 이미 세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이 그 세금을 '실제 원장'의 체납액으로 돌려버리고 봉직의에게 또다시 세금을 부과했던 사건입니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이 사건의 원고는 한 성형외과에 고용된 의사(봉직의)였습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이 병원의 대표자로서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자신의 명의로 '사업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신고·납부했습니다. 물론 실제 병원 운영과 자금 집행은 실제 사주인 A가 주도했고, 세금 납부 재원도 A가 부담했습니다.
문제는 과세관청(피고)이 "이 병원의 실제 주인은 A다"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은 원고가 낸 세금은 사실상 A가 낸 것이라며, 원고가 납부한 세액을 A의 밀린 세금(체납세액)에 충당해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원고에게 "당신은 사업자가 아니라 근로자이니, 근로소득세를 다시 내라"며 새로운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내렸습니다. 원고 입장에서는 이미 자기 명의로 세금을 냈는데, 그 돈은 원장 빚 갚는 데 쓰이고 자신은 또다시 세금을 내야 하는 억울한 상황, 즉 이중 과세의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명의대여자가 낸 세금을 실제 사업자의 세금으로 돌릴 수 있는가?" 였습니다.
과세관청은 2019년 신설된 국세기본법 제51조 제11항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 조항은 명의대여 사실이 밝혀져 과세를 바로잡을 때, 명의대여자가 낸 세금을 실질귀속자(실제 주인)의 세금으로 먼저 공제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따라서 원고가 낸 돈은 A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맞고, 원고는 근로소득세를 안 냈으니 새로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원고는 "비록 '사업소득'이라는 잘못된 명목으로 냈지만, 어쨌든 '종합소득세'를 내 명의로 납부했다. 이미 납부한 세액만큼 내 납세의무는 소멸했으므로, 또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무효다"라고 맞섰습니다.
대법원과 원심은 모두 원고(명의대여자)의 손을 들어주며 과세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그 논리적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법원은 소득세법상 종합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소득 등을 모두 합산한 것이므로, 설령 소득의 종류(사업소득 vs 근로소득)를 잘못 신고했다 하더라도 당초 신고·납부한 세액의 범위 내에서는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납부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실제 자금을 누가 댔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납부 행위의 법적 효과는 명의자인 원고에게 귀속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과세관청이 근거로 든 국세기본법 조항은 명의대여자에게 더 이상 낼 세금이 없어서 세금을 돌려줘야 할 때(환급), 그 환급금을 실제 주인의 세금으로 돌리는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이 사건처럼 원고가 비록 사업소득세는 아닐지라도 '근로소득세'로서 내야 할 세금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원고가 낸 돈을 원고의 세금(근로소득세) 납부에 먼저 써야지, 이를 실제 주인의 체납액으로 가져갈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국세기본법 제51조(국세환급금의 충당과 환급)
⑪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이하 이 항에서 “실질귀속자”라 한다)가 따로 있어 명의대여자에 대한 과세를 취소하고 실질귀속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과세하는 경우 명의대여자 대신 실질귀속자가 납부한 것으로 확인된 금액은 실질귀속자의 기납부세액으로 먼저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 있는 경우에는 실질귀속자에게 환급한다.
결국 법원은 원고가 당초 납부한 세액으로 인해 원고의 근로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납세의무는 이미 소멸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이미 빚(세금)을 다 갚은 사람에게 다시 돈을 내라고 한 과세관청의 처분은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명의대여자(봉직의)가 사업소득세를 냈으나, 과세관청은 이를 실제 업주의 체납세금으로 충당하고 명의자에게 근로소득세를 다시 부과함.
법원은 "세금 납부의 효력은 명의자에게 귀속되며, 명의자 본인이 내야 할 세금(근로소득세)이 있다면 거기에 먼저 충당해야 한다"고 판단함.
과세관청이 엉뚱한 사람(실제 업주) 빚 갚는 데 돈을 쓰고 명의자에게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한 처분은 무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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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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