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분석] 합병 시 비상장주식 평가와 부채 할인 쟁점의 반전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리브로의 김미래 변호사/공인회계사 입니다.
변호사로서 기업 자문을 하다 보면, '주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세금이 억 단위로 오가는 경우를 자주 목격합니다. 보통은 "세금을 적게 내려면 내 재산(주식)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판결(2025두34604)은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줍니다. 납세자가 오히려 "내 회사 가치를 더 높게 쳐달라"고 주장하며 세무서와 맞서 싸운, 아주 흥미로운 사건입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임대주택 사업을 하는 회사의 주식 가치 평가 방법과, 왜 납세자가 회사를 비싸게 보이려고 애썼는지 그 '속사정'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이 사건의 주인공(원고)은 아버지가 대주주로 있는 A법인과, 자신이 주주로 있는 B법인의 합병을 통해 A법인의 신주를 배정받았습니다. A법인이 B법인을 흡수합병하면서, B법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준 덕분에 원고는 꽤 많은 합병 대가를 챙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과세관청(세무서)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법대로 계산해보니(상증세법상 평가), 당신 회사(B법인)의 진짜 가치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헐값인 회사를 아버지 회사가 비싸게 쳐주었으니, 그 차액만큼 아버지가 당신에게 이익을 몰아준(증여) 셈입니다. 증여세를 내세요!"
세무서는 B법인의 가치가 '뻥튀기' 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이제 원고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증명해야 할까요? 바로 "제 회사(B법인)는 원래부터 비싼 회사가 맞습니다!"라는 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B법인이 보유한 '임대보증금 부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였습니다.
회사의 가치(순자산)는 [가진 돈(자산) - 갚을 돈(부채)]으로 계산하므로, 부채가 적을수록 회사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원고(납세자)의 주장: "이 임대보증금은 나중에(5년 뒤) 갚을 돈이니, 지금 가치로 환산(할인)해서 평가해야 합니다. (예: 10억 빚 → 현재가치 6억) 빚을 줄여서 내 회사 가치를 제대로(높게) 평가해 주세요!"
피고(과세관청)의 주장: "조기 분양하면 곧 갚을 돈이니 할인할 수 없습니다. 액면가 그대로(10억) 빚으로 잡아야 합니다. 빚이 많으니 당신 회사는 가치가 낮습니다!"
� 잠깐! 왜 "내 회사가 비싸다"고 해야 세금이 줄어들까요?
이 부분이 가장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보통 상속세나 증여세를 낼 때는 재산 가액이 낮아야 세금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특수관계법인 간의 합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입니다.
쉽게 '부동산 거래'에 빗대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아버지에게 50억 원에 팔았다고 칩시다. 세무서는 "10억짜리를 50억에 팔았으니 차액 40억 원은 아버지가 용돈(증여)을 준 것"이라고 봅니다.
이때 증여세를 안 내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아파트는 원래 50억 원짜리가 맞습니다!"라고 주장해서 아파트 값을 높게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당한 거래'가 되니까요.
이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원고는 자기 회사의 주식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야만, 합병 비율이 공정했다고 인정받아 '부당한 이익(증여)'을 얻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채를 할인해서라도 회사 가치를 높여달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지만, 대법원은 결국 원고(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임대주택이 조기 분양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는 임차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 변제기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보았습니다. 상증세법 시행규칙은 '상환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채무'는 5년 뒤 갚는 것으로 보고 현재가치로 할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대법원은 "언제 갚을지 불확실하다면 법 규정대로 할인해서 평가해라. 그러면 부채가 줄어들고 회사 가치는 높아지니, 원고의 말이 맞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번 판결은 '상환 시기가 유동적인 부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실질적인 조기 상환 가능성을 내세워 회사 가치를 깎아내리려 했지만, 법원은 법 규정의 엄격한 해석을 통해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합병과 같이 복잡한 셈법이 얽힌 상황에서는, "무조건 가치를 낮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 상황에 맞춰 적정 가치를 주장하는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합병 시 자회사 가치를 높게 평가받은 원고에게, 세무서는 "가치보다 비싸게 팔았으니 증여세를 내라"고 처분
원고는 "임대보증금 부채를 현재가치로 할인하면 부채가 줄어들어, 회사 가치가 높게 나오는 게 맞다"고 반박
대법원은 "상환 시기가 불확실한 부채는 법대로 할인 평가해야 한다"며, 회사 가치를 높게 인정한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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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김미래 변호사 / 법무법인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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