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제2차 납세의무' 해결 사례
사업을 하는 지인이나 가족의 부탁으로 이름(명의)을 빌려주었다가, 덜컥 거액의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되어 당황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법인이 세금을 내지 못하고 폐업했을 때, 과점주주(지분 50% 초과 보유자)에게 대신 세금을 내라고 하는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 제도가 문제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오늘은 100% 지분을 가진 주주이자 임원으로 등기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인 경영자가 아니었다는 청구인의 주장을 조세심판원이 받아들여 준 심판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청구인 A씨는 2020년 10월 설립된 한 법인의 주식 100%를 보유하고 대표이사로 등기된 사람이었습니다. 해당 법인은 생활용품 도소매업을 하다가 2025년 5월 폐업했고, 부가가치세 등 국세를 체납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법인의 재산으로 체납세액을 충당할 수 없자, 주식 100%를 보유한 A씨를 '과점주주'로 보아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하고 체납세액 납부를 고지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주주명부에 100% 주주로 등재된 A씨를 실제 법인을 지배·운영한 과점주주로 볼 수 있는가"였습니다.
과세관청의 입장: "법인 등기부에 대표이사로 등재되어 있고, 주주명부에 A씨가 100% 주주로 되어 있다. A씨가 실제 주인이 아니라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면 과점주주로서 세금을 내야 한다."
청구인(A씨)의 주장: "나는 지인 B의 부탁으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다. 나는 식당을 운영하거나 다른 회사에 근무했고, 법인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며 월급도 받지 않았다. 실제 사장은 B이다."
조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처분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재조사'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다른 직업 활동 확인: A씨가 법인의 주주로 등재된 기간 동안,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상 다른 회사에 근무하거나 개인적으로 음식점업을 영위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② 경영 관여 흔적 부재: A씨가 해당 체납법인의 업무에 관여했거나 급여를 받았다는 기록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단지 주주명부에 이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③ 입증 책임의 분배: 과세관청은 A씨가 형식상 주주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반대로 과세관청 역시 A씨가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입증자료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심판원은 A씨와 실제 경영자라고 주장하는 B 중 누가 진짜 과점주주인지(실질적 권리 행사자가 누구인지)를 다시 조사하여 처분을 결정하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국세기본법상 제2차 납세의무를 지는 과점주주는 단순히 주식을 가진 것을 넘어 "법인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여야 합니다.
하지만 주의하셔야 할 점은, 이번 결정이 A씨의 납세의무를 완전히 면제해 준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재조사' 결정이므로, A씨는 향후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더 확실한 객관적 증거(법인의 이익이 A씨에 흘러가지 않았음을 증명할 수 있는 금융 거래 내역, 실제 경영자 B와의 관계 입증 등)로 증명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처럼 호의로 해준 명의대여가 거액의 조세 채무나 형사 처벌(조세범처벌법 등)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명의대여는 가까운 관계에서도 함부로 해서는 안됩니다. 만약 이미 명의대여를 하셨다면,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해 실제 경영자가 누구인지 입증할 수 있는 녹취, 문자, 자금 흐름 등의 증거를 미리 확보해 두어야 억울한 세금을 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