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eezip May 19. 2022

옷을 만들다 보면 생기는 일


옷을 만드는 모든 공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제작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소량 생산하는 게 좋지만,

공장 입장에서는 소량 생산은 품만 많이 드는 힘든 작업이에요


김밥을 마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김밥 한 줄을 만들려면, 쌀밥을 하고, 계란지단을 부치고, 부재료들을 하나씩 다 손질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막상 모든 재료가 준비되고 나면 김밥 한 줄을 싸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잖아요.


공장에서도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 세팅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본격 생산 자체의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아요. 그런데, 누구나 처음 시작할 때가 있는 법이고 처음부터 크게 가기엔 위험부담이 있는 걸 저도 이해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의뢰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대변해서 공장에 전달하고 있는데 소량 생산이어도 단가를 조정해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초도 물량은 적어도 리오더를 가져오겠다고 설득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과정에서 공장 사장님들과 신뢰를 쌓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함께 옷을 만드는 기술자분들은 대부분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이시고, 주관이 뚜렷하신 분들이 계셔서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작업 가이드를 드려도 '이건 이렇게 만드는 게 더 좋다'라고 하시며 다른 의견을 내시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제작방법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옷을 만들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요 -


한 번은 원단을 주문했는데, 샘플을 주문할 때 확인한 입고 일정은 발주 일로부터 2일이었거든요. 근데 원단 가게에서 하루씩 하루씩 계속 미루다가 약속한 날짜보다 1주일 더 원단이 늦게 들어온 일이 있었어요.


원단 수급이 늦어지면 전체 작업 일정 자체가 지연돼서 납품 일정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원단 가게에서는 지금 성수기라 물량이 많아서 그런다고 이해해달라고 그러시는데, 처음부터 일정을 넉넉하게 알려줬더라면 또는 지연일을 정확하게 알려줬으면 대책이라도 세웠을 텐데 싶어서 내심 원망스럽지만 원단 가게도 제 거래처잖아요.. 옷을 만들다 보면 이런 소소한 문제들이 계속 생겨요.


다만 경험이 많아질수록 그 일을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하고 원만하게 해결해나가는지가 달라지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일련의 경험들을 거치면서 저도 제작하는 일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거래처 사장님들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제가 다져온 신뢰가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죠.


생산자와 창작자 모두가 윈윈하는

그런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라며 -


작가의 이전글 원단시장에 대한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