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손을 잡고 동대문 원단시장을 자주 따라갔었어요. 원단시장에 처음 갔던 기억은 걸어가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엄청 큰 건물에 원단이 쌓여있었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었죠. 시장에 따라가는 걸 좋아했던 이유는 그 옆골목으로 나오면 곱창볶음을 파는 포장마차가 많았는데 어묵꼬치 같은 거리 음식을 먹는 게 좋았어요.
되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시장이었는데.. 막상 창업을 하고, 막상 제가 혼자 원단을 사러 갔더니, 제 기억과는 너무도 다른 차가운 분위기 었어요. 제가 디자이너가 아닌 것처럼 보여서인지, 샘플 스와치도 안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이 일을 하시는 분을 찾아갔어요.
"디자이너님, 혹시... 저 대신 원단 좀 사주실 수 있어요?"
"한 번은 내가 사줄 수 있는데. 다음부턴 직접 해봐야 해. 안 그럼 안 늘어"
그때 배운 건데 저는 시장에 나와서 원단을 주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디자이너들은 그렇게 작업하지 않더라고요. 일단 스와치(샘플 조각)를 쭉 모아서 사무실로 들어간 후에, 전화로 주문을 해요. 역시 모르는 건 물어보고, 경험해보는 게 최고예요.
원단시장엔 기가 센 분들이 많지만 거래처가 되면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답은 정면돌파였습니다.
그냥 부딪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