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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솜 Jun 13. 2024

어쩌다 까페 알바

당일 아침,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오라고 했으니 가긴 하는데,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것이니 영어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일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약속한 시간에 어제의 그 까페 앞에 도착을 했다.

“저.. 어제 오라고 했었는데요”

“아! 어서와요!” 라며 어제 이력서를 받아 준 사장님이 반겨줬다.

“이리로 들어와요” 라며 나를 구석의 테이블로 안내했다.

“여권이랑 통장 가지고 왔니?“ 라며 근무시간과 시급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 알바를 하면 시급이 고작 몇천원이었던 것에 비해,

호주에서는 상당히 좋은 시급에 조금은 놀랐다.

이야기를 끝내고 나를 주방으로 안내해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켜주는 사장님.


밖에서 봤을때는 쇼핑몰에 자리잡은 작은 까페인 줄 알았으나, 의외로 내부가 넓은 까페였다.

홀로 주방 한켠에서 들어오는 설거지 거리들을 처리하고 있자니

걱정했던 게 사뭇 무안해질 정도였다.

직원들도 하나같이 나에게 친절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이름이 뭐니?“

등등 왔다갔다 하면서 말을 걸어주곤 하는 친구들이었다.


호주로 가기 전, 생각보다 워홀을 가서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후기를 많이 접했던 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금방 그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얼마 안되는 기간 동안 이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너무 착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동양인 여자아이를 무시하기 보다는 호기심 가득한 따뜻한 말로 대해주던 사람들 뿐이었다.

본인의 이름을 내가 잘 못알아듣는 것 같으면 종이에 써서 알려주기도 했고,

영어 이름을 따로 쓰지 않고 한국이름을 그대로 쓰는 나에게 이름에 대한 뜻을 물어보기도 했다.

영어를 쓸 일이 많이 없을 줄 알았지만, 친구들은 의외로 한국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는지

이것저것 물어보는 통에 영어도 제법 많이 사용하게 되는 나의 첫 직장이었다.


한 달 가까이 일했을 때였을까.

사장님이 갑자기 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이솜아, 주방에서 일하지 말고 밖에서 일해보겠니?”

“네? 그래도 전…“

여전히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나에게 사장님은 너무나도 따뜻한 말을 해주었다.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주문받고 계산하고 끝이야!“

“하하.. 제가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괜찮아! 우리랑 대화도 잘 하는데 뭘!”


그렇게 난 주방을 탈출하여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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