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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욱 Sep 16. 2023

홍역 같은 골프 백돌이 시절

내가 백돌이에서 싱글을 치까지 얼추 2년 걸렸다.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싱글의 벽을 깼지만 로들이 매번 언더를 못 치듯 나도 매번 싱글을 못한. 아직 4번 라운드 나가면 한, 두 번 싱글을 치는 정도밖에 안 된다. 매번 글을 치지금쯤 골프로 가정을 먹여 살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골프장을 먹여 살리고 다.  내가 '깨백'이후 2년 만에 싱글을 칠 수 있게 된 것어느 날 갑자기 공이 잘 맞아서도 아니고, 레슨을 받아서도 아니다. 단지 나만의 고집스러운 방식으로 꾸준한 연습을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골프장에서 로스트 볼 줍는 유튜브 방송을 본 적 있다. 잠수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커먼 물속에 들어가 골프공을 포대 한가득 끄집어냈다. 1톤 트럭을 가득 채운 포대자루가 하루동안 회수한 분량이라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렇게나 많다고?'내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검정봉지에 골프공을 3~40개씩 챙겨 갔던 기억이 있지만 저렇게 로스트볼이 많을 거라고는 도 못 했다. 골프가 대중화되었고 이런 직업까지 생기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을 잃어버리는 부분 사람들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거나, 강하게 쳐서 공을 조금이라도 더 멀리 보내려고 욕심내는 사람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쓸 욕심 때문에 여전히 백돌이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보기플레이에서 머물러 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로스트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미스샷을 줄여 백돌 깨백 하고, 보기플레이를 거쳐 싱글을 치는가 하는 것이다. 보기 플레이 되기 위해 홍역처럼 치러야 하는 첫 번째 과제가 백돌이를 벗어나는 것인데 가장 쉬운 방법은 필드에 자주 나가야 된다. 스크린을 다니고 있다면 횟수를 줄이고 연습도 스크린보다 인도어 연습장에서 날아가는 공을 보면서 연습을 해야 한다. 이 방법으로 하면 빠른 시간 내에 백돌이를 넘어 보기 플레이까지 단숨에 직진할 수 있다.


5년 전, 3개월 골프 레슨을 끝으로 스크린만 다녔었다. 필드 나가면 언제나 100개를 훨씬 넘겼으며 스코어 상관없이 지인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에 만족했다. 코로나 때문에 2년 동안 라운드를 못 한 것까지 치면 골프를 배우기 시작해서 3년 동안 라운드 횟수는 10번이 채 안된다. 라운드를 나갈 때마다 티샷을 한 공은 내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날아다녔는데 골프공이 스핀을 먹고 부메랑처럼 되기도 하고 지면에 촥 깔려 멋지게 저공비행도 했다. 그뿐인가 야간 화려한 불꽃쇼까지 심심찮게 보여줬다. 누구나 백돌이 때는 겪는 일이다. 그런 신기에 가까운 3년간의 백돌이 생활을 깔끔하게 정리하게 결정적 요인은 드라이버 티샷 덕분이었.

악성 슬라이스 구질을 교정하는 것은 사람의 체질을 바꾸는 것같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악성 슬라이스를 슬라이스로 먼저 바꾸는 연습을 했다. 스텐스를 어깨너비 보다 좁게 서면 백스윙이 자동적으로 작게 되고 몸에 큰 힘을 쓸 수가 없다. 반면 비거리가 확실히 다. 여전히 슬라이스긴 해도 적어도 악성슬라이스는 아니다. 이 방법으로 연습을 많이 하면 공을 맞추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스텐스를 아주 좁게(한 뼘 정도) 시작해서 어깨너비까지 넓혀가며 스윙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하며 안정적으로 공을 맞출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 한다. 공이 헤드에 맞기 시작하면 방향을 고려해서 타깃보다 왼쪽을 바라보고 샷을 하면 공이 떨어지는 지점은 페어웨이 중앙 내지는 오른쪽 러프다. 가끔 실수로 공이 잘 맞으면 본 대로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구질대로 날아간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구질 자체를 바꿀 수도 있지만 일단은 공을 맞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다음 그립모양, 스텐스. 스윙궤도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정하면 된다.


골프 초보자들은 비거리에 욕심내는 순간 망한다. 비거리는 스윙이란 것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때 일관성을 갖기 때문에 비거리보다는 방향성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거리 180미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략적 공략법으로 생각하면 된다. 악성 훅 구질인 사람도 같은 방법으로 연습하면 된다. 어떻게든 티샷부터 OB구역으로 들어가는 횟수를 여서 티샷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것을 제1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런 다음 슬라이스는 페이드로, 훅은 드로우 구질로 서서히 전환하면 된다. 드로우와 페이드 전환법은 보기플레이가 되는 연습법에서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악성 종양부터 처치하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이도저도 아닌 와이파이형 구질이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총체적 난국이므로 스텐스와 그립부터 다시 하는 것이 빠르다.


다음으로 불꽃쇼(뒤땅) 없애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티높이를 1cm 올리고, 어드레스 할 때 헤드를 땅바닥에서 살짝 띄우고 치는 연습을 했더니 뒤땅을 때리는 일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골프는 아주 민감한 운동이어서 작은 변화에도 어색하게 느껴지고 잘 안 맞는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고 이게 아닌가 의심하는 순간 어떤 것도 고칠 수 없게 된다. 골프는 자신을 믿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저공비행은 안 고쳐도 된다. 일명 탑볼이라고 하는데 스윙을 할 때 상체가 뒤로 젖혀지면서 정확한 임팩트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미스샷이다. 굳이 고치고 싶다면 임팩트 이후 끝까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스윙을 하면 자동으로 개선되지만 그게 백돌이에게는 통할리 없다. 반복적인 임팩트 연습으로 고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고 다만 공이 앞으로 조금이라도 멀리 굴러가길 바래야 한다.


골프 동작 중 가장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임팩트 순간이라 생각한다. 스윙동작이 어찌 됐건, 피니쉬가 어찌 됐든 결국 공이 클럽 헤드에 맞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동작이 크고 정확할수록 공은 더 멀리 더 똑바로 나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타(sweet spot)'라는 조건이 붙을 때다. 그렇다면 초보골퍼가 정타를 맞출 확률은 얼마나 될까? 30%쯤 될까? 정타 비슷하게라도 맞춘다면 공은 적어도 살아나갈  있다.


내가 정타율을 높여 보기 플레이를 하게 된 나만의 연습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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