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투삼달리
육지 것들의 로망, 제주
최근에 재미있게 본 드라마다. 섬사람들 표현으로 육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탈출 꿈의 공간으로 항상 이름을 올리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고, 유명 연예인들이 제주로 이주해서 사는 모습이 예능에 자주 공개되며 제주도는 그야말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지금은 그 붐이 좀 사그라들었지만) 제주에 살아보고 싶지만 제주에 살지 못하는 육지 시청자들의 로망 덕분에 인어공주, 멘도롱또똣, 우리들의 블루스 등 제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와 드라마들의 시청률은 평타이상이다.
나 또한 제주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한 달 살기를 꿈꿨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한 달까지는 못 가고 매년 2박 3일, 3박 4일씩 제주로 여행을 다녔었다.
나의 웰컴투 삼달리 시청도 바로 이런 육지 것의 로망에서 시작됐다.
드라마는 삼달리라는 마을을 중심으로 이 마을에서 자란 다섯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과 우정을 담아 따뜻했고, 경태와 경태엄마의 감초역할이 있어 유쾌했고, 나쁜 놈은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이 있어 통쾌했다.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못한 나는 여기서 개인적으로 불편한 두 가지 사실과 마주하게 됐다.
다섯 명의 친구들 중 가난한 상도를 제외하고 넷은 고등학교 졸업 후 학업과 꿈을 좇아 서울로 간다. 경태와 은우는 꿈을 찾기에는 너무 힘든 각박한 서울 생활에 치이다 고향인 제주로 돌아간다. 용필은 삼달과 헤어지고 제주로 돌아온다.
서울 타향살이에서 제주로의 귀향
귀향은 어찌 보면 돌아갈 고향을 둔 그들만의 특권이다.
요즘 2040세대의 귀촌귀농이 또 다른 트렌드다. 초등교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간 한 젊은 교사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가 제주로 내려간 것은 인생에 대한 자기만의 확고한 가치관이 있어서였겠지만, 파농사 짓는 할머니와 귤농사짓는 작은 아버지에게 농사를 배우고 아버지의 땅에 자기 농장을 일구기 위해 귤나무를 심는 그가 내 눈에는 한없이 부러워 보였다. 드라마에서 해달이도 엄마를 따라 해녀가 되는 건 제주 해녀 엄마를 둔 엄마 찬스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리틀포레스트의 혜원과 재하의 귀향도 과수원 하는 아버지와 농사를 짓는 고모(고모는 혜원에게 쌀, 호박, 밑반찬 등을 챙겨준다), 몸을 의탁할 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생활이 내 고향 전주에서 자란 어린 시절보다 더 많아졌음에도 내가 서울사람이라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내가 자란 지방 도시는 농사가 주가 되는 도시도 아니었고, 부모님도 농사를 짓지 않으셨다. 게다가 몇 년 전 자식들 가까운 서울 근처 경기도로 이사를 오셨다. 나는 귀촌(또는 귀농)을 하고 싶어도 부모님도 고향을 떠나셨고 농사를 배울 작은 아버지도 없었다. 귀향을 못하는 핑곗거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해도 어쩔 수 없다. 도시에 사는 젊은 우리에겐 의지할 곳 없는 나홀로 귀촌귀농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마지막 16화에서 독수리 오 형제는 제주도를 떠나 모두 서울을 향했다(용필이는 국제기상기구가 있는 스위스로 파견되었다).
독수리 오형제 중 삼달이는 원래 육지로 떠난 뒤 갑질이라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기 전까지 쭉 서울에서 살았으니까 그렇다 치자. 많이 양보해서 상도가 '상도네명가' 청담점을 내려고 서울에 가는 건 제주 줄 서는 식당의 지점을 내서 본업이었던 비즈니스 확장으로 생각한다고 쳐도(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굳이 경태랑 은우가 서울로 와서 분식 프랜차이즈와 웹툰 작가로 성공하는 스토리는 많이 아쉬웠다. 상도, 경태, 은우가 서울로 오지 않을 이유도 없지만 꼭 와야 할 이유도 없었다.
제주에서는 일반 직장인(경비, 보수작업자)으로 살던 둘이 서울에서 성공한 모습이 오히려 지방에서의 삶을 초라하고 성공하지 못한 삶처럼 비추는 것 같았다. 마치 서울에서 돈을 많이 벌어야 성공하고 행복한 삶인 것처럼 말하는 것 같아서 불편했다. 성공하고 싶으면 서울로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 유감이었다.
서울은 성공과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