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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Jun 05. 2023

[교단일기] 수국

이맘때 제주도에는 수국이 핀다. 파란 여름빛에 어울리는 푸른, 붉은 수국이 길 곳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이쁜 수국 앞에서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여름은 더 빛난다.


수국을 자세히 보면 작은 나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곳에 있는 수국이라도 꽃잎 빛깔이 다르다는 점이 신기하다.


수국의 색이 다른 이유는 수국이 자리한 땅의 산성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산성을 띄는 땅 위에서는 푸른빛을 내고, 염기성을 띄는 땅 위에서는 붉은빛을 낸다. 또 꽃이 피고 난 뒤에도 흙에 주는 양분에 따라 색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뿌리내린 곳에 따라 수국은 다른 빛깔로 피어나지만 어떤 수국이든 여름의 분위기를 한껏 올리며 아름답다.


교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한 가정을 보게 된다. 경제적 여건, 양육방식, 가족구성 등 자라온 환경에 따라 아이들이 피워내는 꽃도 다채롭다. 길 곳곳에 피어나는 수국처럼 어떤 흙 위에서 자라든 아이들이 피워내는 꽃은 피어나는 자체로 아름답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어떤 색깔로든 피어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양분이 되어주고 싶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흙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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