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교를 다닐 때 초등교사가 해야 하는 일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바른 인성을 길러내는 일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교직에 들어서니 해야 할 일도 많고 교과 지도, 생활 지도, 학생 상담 등 여러 가지 능력이 요구되었다. 하루마다 업무와 수업, 학생상담으로 에너지가 고갈되는 매일을 버텼다. 더 '좋은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잘 키워내겠다는 열정으로 주말에는 새로운 배움을 찾고 연구했다. 그렇게 나는 교사로서 성장했다.
교육에 정답은 없고 넓이와 깊이 또한 끝이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교사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수업의 전문가, 마음을 들어주는 상담가, 즐거운 학급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연예인 등 내가 아이들을 위해 노력한 것들이 부담으로 다가오곤 했다. 어떤 날에는 불안으로, 어떤 날에는 좌절감으로, 또 어떤 날에는 병으로 찾아왔다.
내가 버거워하고 있는 걸 우리반 아이들이 느낄 때가 있다. "선생님, 어디 아파요?", "선생님, 비타민 우리 주지 말고 선생님도 먹어요." 모든 분야에서 '멋진 선생님'이 되면 좋겠지만 이럴 때는 내 욕심을 잠시 내려둔다. 좋은 상담가도, 재미있는 연예인도 아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선생님이 되기로 한다. 학교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수업만큼은 배움의 즐거움과 성장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두고 '수업'이라는 한 글자를 꼭 잡아 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