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S선생님과 가볍게 한 잔 하고 있었다. 그리고 화상으로는 S선생님의 지인이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인이 아오모리를 방문할 예정인데, 아오모리의 세계자연유산 시라카미산지(世界自然遺産白神山地)를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시라카미산지는 너도밤나무의 가치를 인정받아 30년 전에 세계자연유산이 되었다. 시라가미산지는 세계에서 너도밤나무가 가장 광활하게 분포하고 있는 숲인데, 유네스코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하여 세계유산으로 선정하였다고. 그래서 그런지 아오모리에는 너도밤나무에 대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아래 대화는 너도 밤나무에 대한 내용이다.
참고로 여기 대화들은 카더라씩 대화, 즉 한 개인의 지식 중심이므로 사실과 추측이 혼재 돼 있을 수 있다.
근데 너도밤나무가 일본 사람들에게 좀 특별한가요?
그렇죠.
왜죠?
너도 밤나부를 한자로 어떻게 쓰는 줄 알아요?
글쎄요... 본 거 같기도 하고..
그럼 어떻게 쓸까요?
글쎄요... 기억이 안 나는데요ㅎㅎ
보통 나무 이름은 나무목자가 앞에 들어가고 그 뒤에 다른 한자가 붙거든요.
그랬던 거 같아요
너도 밤나무는 나무목 변에, 나무목 변에 뭐가 들어갈까요?
글쎄요
무자가 들어가요. 없을 무, 아닐 무. 이렇게요.
S선생님이 써 보여주신 너도밤나무 한자
(실제 인터넷을 찾아보니 "너도밤나무는 橅로 쓴다. 수분이 많아 휘어지기 쉽고 썩기 쉬워, 건축자재로 사용하기 어려워 '나무가 아닌'것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라고 소개돼 있다.)
그래요?
이게, 왜 이렇게 됐냐가 중요해요.
무슨 말씀이시죠?
너도밤나무는 나무가 아니었다는 거죠. 정말 나무한테 미안한 이름을 붙인 거죠. 너도밤나무는 일본 동북지역에 많았는데, 거의 쓸모없는 나무 취급을 받았던 거죠. 생태계에서는 훌륭한 역할을 하는데 인간이 사용하는 목재로는 별로 좋지 못했어요.
왜요?
수분이 많거든요. 수분이 아주 많아 목재로 사용할 경우 휘어져버려요.
그렇게 수분이 많아요?
네. 그래서 너도밤나무로 지은 집은 나중에 다 휘어져버린 경우가 많아요. 실제 그런 집을 본 적이 있어요. 집이 아예 비뚤어져버리죠.
우와... 수분이 증발하면서 휘어져버리는군요
네 그렇죠. 그렇다 보니 나무취급을 못 받은 거죠.
그래서 나무가 아니다는 이름이 붙은 거군요.
그렇죠 정말 이기적인 이름 짓기죠.
그렇네요.
인간에겐 소용이 없지만 자연에서는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래요.
너도밤나무는 활엽수예요. 그리고 나뭇잎도 수분을 아주 잘 흡수해요. 그렇다 보니 겨울에 떨어진 낙엽이 훌륭한 역할을 해요. 낙엽이 수분을 잘 흡수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비가 많이 내리거나 해도 수분을 흡수해 버리는 거죠. 그래서 너도밤나무가 많은 숲의 계곡에는 흙탕물이 안 흘러요. 너도밤나무와 낙엽이 보습작용을 하는 거죠. 그래서 너도밤나무 숲은 댐이라는 표현이 있는 거죠.
아! 그래서 지난 금요일 갔던 너도밤나무 숲의 계곡 아래에 있던 작은 나무 건널목이 그렇게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게 아닐까요? 그때 함께 갔던 분이 질문했잖아요. 이런 가파른 계곡에 저런 작은 나무다리가 있으면 쓸려 내려가버릴 것 같은데, 어떻게 이렇게 남아있는지 궁금하다고요.
그런 질문이 있었죠ㅎㅎ 그때 제가 좀 설명을 해줬어야 하네요. 요즘 산에 들어가면 해설하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어져서요ㅎㅎ
아~이제야 이유를 알겠네요.
맞아요. 너도밤나무 숲은 댐과 같은 역할을 하죠.
세계유산 시라가미산지의 산책로 입구 간판과 지인들과 함께 걸은던 산책로. 오른 쪽 사진은 직접 보면 꽤 가파른 작은 계곡이고 맨 아래 오른쪽에 작은 나무 건널목이 놓여있다.
이 대화를 나누기 약 일주일 전에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모시고 7월 14일(금) 세계유산 시라가미산지의 너도밤나무 숲을 방문한 적이 있다. 너도밤나무 숲을 흐르는 작고 가파른 계곡이 있었고 그 계곡 아랫부분에 작은 건널목이 놓여있었다. 그래서 일행 중에 한 분에 질문을 했다.
"이렇게 가파른 계곡에 이런 작은 건널목이 있으면, 비가 많이 내리면 쓸려 내려가버릴 텐데 어떻게 버티고 있죠?"
"그러게요. 어떻게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일까요..." 이런 대화를 나눴었다.
근데 위의 대화를 통해 그 답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너도 밤나무 숲은 보습작용이 뛰어나 급류가 발생하지 않기에 그런 계곡에 작은 건널목이 버틸 수 있는 게 아닐까...
# 30여 년 전 아키타 현(秋田県)과 아오모리 현(青森県)을 연결하기 위한 도로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공사 구간에는 시라카미산지도 포함됐다. 그래서 너도밤나무 숲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운동이 일어났고, 실제 공사가 중단 됐다. 이 공사를 막기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시라가미산지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했고, 실제 등록이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