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이가 8월 초에 아오모리에 왔었다. 직항이 없지만 아빠가 있는 아오모리를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동경을 경유해서 아오모리로 왔기에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는 동경에서 2박을 하며 동경도 둘러보았다. 아오모리에서도 동경에서도 다양한 곳에 데려갔지만 가장 매력을 느끼는 곳은 인형이나 옷을 쇼핑할 수 있는 곳이었다.
동경의 신바시에 유명한 장난감 가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네 개 층에서 장난감을 종류별로 판매하고 있었다. 역에서 멀지 않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장난감 가게까지 10분 정도 이동이 벅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운 날씨에 힘들어하던 보람이는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는 순간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특히 3층 지브리 아이템을 모아둔 곳에서는 방금까지 더위에 힘들어하던 그 보람이가 아니었다.
가오나시 인형을 꼭 안고 다른 아이템을 둘러보고 있는 보람이
특히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발견했다. 바로 가오나시(얼굴 없는) 인형이다. 보람이가 특히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센과 찌히로의 행방불명이다. 가오나시는 여기 나오는 캐릭터이다. 둘러보니 사고 싶은 아이템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다른 곳에서 이미 몇 개를 구입하기도 했고, 사고 싶은 걸 다 살 수는 없어 하나만 사자고 약속했다. 1층에서 4층까지 둘러보고 하나를 고르자고 한 것이다. 1층에서 4층까지 다 둘러본 다음 보람이가 말했다.
나 가오나시 인형 살래
인형 말고 다른 거 사면 안돼?
시러 이거 살래
집에 인형이 너무 많잖아. 꼭 이 인형을 사야겠어?
응 이 인형 살래. 꼭 껴안고 자고 싶단 말이야
꼭 껴안고 자고 싶다고... 알겠어
그렇게 해서 가오나시 인형을 사기로 하고 지브리 아이템이 전시된 3층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그 사이 누군가 가오나시 인형을 사가버렸다. 인형을 안 샀으면 하는 바람이 이루어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던 인형을 가질 수 없게 된 보람이가 안쓰럽기도 했다. 가오나시 인형을 사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다행히 대안이 많았다. 그래서 다른 피규어 장난감을 하나 사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조금 시간이 남아 3층과 4층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하네다 공항 4층에 가보니 신바시의 장난감 가게와 똑같은 장난감 가게가 있었다. 그래서 그 가게에 들어가 보니 가오나시 인형이 떡하니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이 인형을 구입하라는 하늘의 게시가 아닐까... 하나만 사기로 했던 선물을 두 개나 사게 됐다.
그렇게 해서 꼭 안고 자고 싶어 구입한 인형. 근데 웬일인지 잠잘 시간이면 거실 소파에서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