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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꾸라지 Jan 11. 2024

이 아파트엔 층간소음대책위원회가 없습니다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녕하세요~


네 어떻게 오셨어요?


혹시 층간소음으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죠?

개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층간소음요?


네.


층간소음과 관련해서 딱 정해진 건 없어요...


그럼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나요? 매뉴얼 같은 게 없나요?


이 아트에는 아직 층간소음 매뉴얼이 없어요


이 정도 규모의 아파트라면 그런 게 비치 돼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요..


층간소음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층간소음대책위원회가 있어야 해요. 하지만 이 아파트엔 층간소음대책위원회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개인이 직접 해결해야 하나요?


아뇨. 개인이 직접 해결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저희한테(관리실) 연락을 주세요. 관리사무소에서 도와드리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어떻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죠?


층간 소음이 발생할 때 저희한테 전화를 주세요. 그럼 누가 가서 직접 들어보고, 심하다 싶으면 직접 찾아가서 자제를 부탁드려요.


그럼 층간소음이 발생할 때 연락을 드려야 하겠네요?


네. 그러면 찾아가서 한번 들어보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어디로 연락드리면 되죠? 실내 인터폰으로 연락이 가능한가요?


관리실 대표전화번호 가지고 계시죠?


저장해놓진 않았는데, 찾아보면 어디 있을 겁니다


그쪽으로 전화 주시면, 관리소 직원이나 경비 아저씨들이 찾아가서 층간소음을 들어보겠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다는 거죠? 근데 늦은 시간이면 발생할 때 연락드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아무 때나 연락을 주시면 누가 가서 들어보고, 문제가 심각하다 싶으면 저희들이 올라가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직접 찾아가시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저희한테 연락을 주세요.


우리 윗집은 밤늦게 소리가 나는데, 그럼 밤 중에 연락을 드려도 되나요?


네 언제든 전화 주시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가 가서 몇 번 이야기를 해보고 안되면, 서울시라든지, 층간소음 관련 기관에 연락을 해서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아파트 자체에서 좀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근데 층간소음대책위원회 왜 없는 거죠?


제가 소장으로 오기 전에 층간소음대책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얘기가 있었지만 결국 못 만들었다고 해요.


왜요?


사실 지금 동대표를 뽑고 있는데 동대표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요


아 그래요?


다들 바쁘시다고 동대표도 안 하겠다는데, 층간소음 대책위원회까지 해야 한다면 할 사람이 더 안 나올걸요...

동대표도 하기 싫은데 층간소음대책위원회 같은 골치 아픈 일을 누가 하고 싶겠어요?


...




밤늦은 시간에 층간 소음이 좀 심하게 날 때가 있다. 아무래도 윗집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그래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 관리 소장님과 나눴던 얘기를 조금 꾸며봤다. 밤늦은 시간, 특히 남들이 잠드는 시간에는 소음을 만들면 안 된다는 상식과 교양 갖추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것도 현실.


층간 소음은 꽤 사회이슈가 됐는데 아파트에 층간소음 대책 매뉴얼도 하나 없다는 게 개인적으로 조금 의아하다. 아파트에서 개별적으로는 마련하지 못한다면, 관련 정부 부처에서 만든 게 있지 않을까? 이런 게 아직 마련돼 있지 않았다면 이런 건 정부부처나 관련 기관에서 만들어 모든 아파트에 배포해야 하지 않을까...


동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얘기다. 다들 바ㅃ다 보니 그렇겠지만, 그래도 이웃을 위해, 지역을 위해 자기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사람이 이렇게 없다니... 내가 해보고 싶지만 아오모리에 거주하는 시간이 더 길다 보니 현실적으로 어렵다.


2012년 경 다른 아파트에 살 때 반상회가 있다고 해서 나가봤더니, 사람이 거의 없었고,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 몇 분 앉아계셨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동대표 얘기가 나왔는데, 그때도 동대표를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문제였다. 비교적 젊은 내가 동대표를 하는 분위기가 됐다. 


까짓 거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수락까지 했는데, 결국 세입자는 동대표를 못 한다고 해서, 그만뒀던 웃픈 기억이 있다. 그 뒤 세입자도 동대표를 할 수 있다는 뉴스를 본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지금이야 아오모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동대표를 시켜준다고 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관리소에 부탁해 우선 층간소음 방지 포스터라도 붙여달라고 하니, 우리 동 엘리베이터에 대문사진에 올린 '층간소음 없는 행복한 공동주택' 포스터가 게시됐다. 층간소음 유발자 분들은 참고해 주시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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