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까지 데려가도
는 말이 있다. 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말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우물까지 데려갈 순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는 얘기, 학창 시절 단골 설교 중 하나였다. 결국 물을 마실지 안 마실지는 말이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공부란 그만큼 자발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단 얘기다. '그래서 니들도 공부하려는 마인드를 갖는 게 중요하다, 알겠니?'라고 말씀하셨으리라. 어른들이, 선생님들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을 때, '아 정말 좋은 말씀이구나, 그래 공부하려는 마인드가 중요해!, 주체적으로 공부하자!'라고 깨달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기억이 또렷하진 않지만,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또또 잔소리'하고 무시했던 것 같다.
철이 조금, 아주 조금 들려고 하니, 알겠다.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아이를 기르는 입장이 되다 보니 더없이 중요한 얘기 같다. 이는 비단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게 그렇다. 하지만 쉽지 않다. 지난여름 보람이(가명)가 아오모리에 왔을 때 많은 곳을 데려갔다. 그중 한 곳이 오이라세 계류라는 곳이다.
오이라세 계류는 아오모리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다. 걷고 싶은 트레킹코스로 일본 각지에서 많이 이들이 직접 걸어보기 위해 찾는 곳이다. 근처에 있는 도와다 호수에서 태평양 쪽으로 흐르는 계류가 숲 속을 굽이굽이 흘러가는 매력적인 트레킹 코스이다. 겨울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며, 특히 가을에 단풍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작년 이맘때 보람이와 보람 엄마가 아오모리에 왔을 때 보여주고 싶었고, 잠깐이라도 걷게 하고 싶어 코스에 넣었다. 가는 길에 거친 소나기 때문에 못 들를 뻔했지만 근처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더니 다행히 비가 그쳤다. 오이라세 계류 입구에 도착했을 땐 비가 그쳐있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걸어보자고 제안했지만 둘 다 관심이 없었다. 데려갔지만 걷게할 순 없었다. 다행히 보람이는 내려 사진은 한 장 찍었다. 그리고 후다닥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때 사진을 찍는 보람이를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을 보니 우물까지 데려갈 순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순 없다는 말이 정말 진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물을 마시게 할 수 있을까? 어떤 물을 마시게 해야 할까?
내일 다시 보람가 아오모리에 온다. 이번엔 어디로 데려가야 할까...
오이라세 계류 소개 홈페이지:
https://www.tohokukanko.jp/attractions/detail_117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