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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렇게 국회의원이 되었다

by 미꾸라지

지난 일요일 저녁 반가운 손님이 왔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기숙사에서는 가끔 술자리가 있다. 같은 2층 건너편에 거주하는 S선생님이 워낙 술을 좋아하시고,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걸 즐겨 가끔 모인다.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데 주로 대학에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가끔은 S선생님의 지인들이나 내 지인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기숙사에서 가끔 술을 마시던 분이 ST선생님. ST선생님과 기숙사에서 술을 마시면서 나눈 얘기를 내 브런치에도 한번 소개한 적도 있다.

(관련 브런치: 한 잔 하시죠 https://brunch.co.kr/@2d6446ef7f64451/149)


ST선생님이 작년 이맘때쯤 갑자기 대학을 그만둔다고 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갑자기 대학을 그만두고 지역으로 돌아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원래 정치인 집안이라 제안이 와서 결정했지만, 당선 가능성의 낮았다고. 하지만 과감하게 나섰고, 다행히 당선돼 올해부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열심히 활동 중이다.


보통 동경이나 그의 지역구에서 활동을 하느라 본토 북쪽 끝자락인 아오모리까지 올 일은 거의 없다. 얼마 전 기숙사에서 술자리를 가질 때 통화를 하니, 함께했던 기숙사에서의 술자리가 그립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한번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얘기했지만 국회의원이면 워낙 바쁘기도 하고, 아오모리가 먼 곳이고 해서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주 월요일 아오모리에서 일정이 있어, 시내에 숙소를 잡고, 일요일 저녁 기숙사까지 찾아왔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대로였다. 국회의원이라 머리에 기름도 바르고, 넥타이라도 매고 올 줄 알았는데, 지난 모습 그대로였다. 주말이라 격식을 안 차리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티셔츠 한 장 걸친 소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워낙 소탈한 성격이라 지역에서는 아직 경차를 타는데, 지역 행사에 축사를 가면 오해를 받기도 한다고.


왼쪽이 숙소 근처에 거주하는 T선생님, 중앙이 ST선생님, 오른쪽이 같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S선생님



반갑기도 하고 궁금한 것도 많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금 막 일본은 참의원 선거가 끝난 터라, 이런저런 정치 이슈가 많아, 모두가 궁금한 게 많았다. 그리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궁금한 게 많아 얘기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 선거 결과,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임기가 언제까지인지, 앞으로 어떤 계획인지 많은 얘기가 오갔다.


기왕 시작한 김에 오래오래 국회의원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모두가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우선 임기 4년을 채울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특히 요즘은 여당인 자민당의 분위기가 안 좋아, 만약 총리가 국회를 해산을 하게 되면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일본의 양원제로 중의원과 참의원이 있는데, 참의원은 6년 임기가 보장되지만, 중의원의 임기는 4년이지만 경우에 따라 다시 선거를 해야 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임기 4년도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어 비서 모집이 쉽지 않았다고.


평소에 들을 수 없는 얘기가 많아 그런지 술도 맛있고 얘기도 즐거웠다. 오랜만에, 국회의원이 되어 나타났지만 하나도 안 변한 것 같아 더 반가웠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로 다음날 일정이 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10시경에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ST선생님은 택시를 불러 시내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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