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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샤워

유기농의 날

by 미꾸라지

서울에서 아오모리로 지난 토요일 돌아왔다. 약 한 달만의 아오모리.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길. 아오모리로 진입하는 길에 시내가 내려다 보이면 아오모리로 돌아온 실감이 난다

토요일 같은 숙사에 사시는 S선생님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주셨다. 택시로 갈 예정이었는데 하루 전날 연락이 왔다. 시간이 되니 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을 알려달라고. 도착 시간을 알려드리면서도 택시로 이동해도 되니 괜찮다고 얘기했다. 택시비는 출장비로 신청할 수 있어 택시로 이동해도 문제가 없다.


토요일 새벽 4시 30분에 서울 집을 나서, 오전 10시 40분 아오모리 공항에 도착. 10시 45분에 전화를 해보니 벌써 공항에 와 있다고 했다. 미안하고 고마워서 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점심을 샀다. 그리고 저녁에 술을 한 잔 하기로 했다. 식사 중에 일요일 후지사키라는 곳에서 유기농의 날 행사가 있는데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일요일엔 연구실에 나가 밀린 일을 할 예정이지만 좀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연구실에 가서 짐을 풀고 몇 가지 업무를 처리했다. 고민이었다. 유기농 날 행사에 가봐야 할지 연구실에 나와야 할지...


결국 유기농의 날 행사에 함께 가보기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오랜만에 아오모리에 오면 기분이 다운된다. 비교적 여유롭게 연구실에서 일을 하느니 행사에 가서 좀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게 아오모리 적응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일본어 샤워도 좀 필요했다. 거의 한 달 동안 일본어를 안 썼다. 이 정도 공백기가 있으면 뭔가 살짝 어색하다. 특히 말하는 게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도 좀 만나고 얘기를 하면 도움이 되지 싶었다. 오랜만에 일본어를 많이 접하게 되면 일본어로 샤워를 하는 기분이다.


유기농의 날

유기농의 날 팜플랫

유기농의 날은 히로사키 음식과 농사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준비한 행사다. S선생님이 지인에게 초대받아 알게 됐다고. 이날 행사는 지역에서 유기농을 하고 있는 농가의 프리마켓, '잘 먹겠습니다-된장을 만드는 아이들'이라는 영화의 상영회, 지역의 유기농 회사 대표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숙소에서 10시 전에 출발했다. 행사는 12시부터이고 1시간만 하면 충분히 가지만, 가는 길에 '논 아트'를 하는 곳이 있어 잠깐 들렀다 가기로 했다.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논아트를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들었다. 일본의 경우 여기 이나카다테무라가 처음 논아트를 시작한 곳이라고 한다.


논아트의 원점이라는 간판과 논아트를 관찰할 수 있는 전망대 건물

두 곳에서 하고 있었다. 각각 300엔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관람할 수 있다. 아래의 사진은 제2 논아트 전시장이다. 맛있는 급식이라는 드라마와 영화화된 작품을 논아트로 탄생시켰다.

제2 논아트 전시장 작품. 맛있는 급식이라는 영화를 작품화


위의 사진은 제1 논아트 전시장 작품이다. 지역 청사의 4층에서 관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관람 후 1층에는 자료실이 있었는데, 지금까지의 논아트 작품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1993년에 처음으로 논아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래 왼쪽 사진이 1993년 첫 논아트 작품이고 아래 오른쪽이 2025년 올해 작품이다. 첫 작품이 얼마 단순했는지, 그동안 얼마나 기술이 발달됐는지 느낄 수 있었다.


논아트를 보고 유기농의 날이 열리는 후지사키에 도착했다. 후지사키 문화관 3층에서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에 주차를 하고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시간에 맞춰 행사장으로 갔다. 아래 사진처럼 행사장에는 실제 지역에서 유기농을 하는 농부들이 관련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는 유기농 고추를 조금 구입했다. 그리고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강연자를 비롯해 몇몇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먼저 잘 먹겠습니다-된장을 만드는 아이들이라는 영화의 상영회가 1시에 시작됐다. 점심을 먹은 뒤라 처음엔 졸음이 쏟아졌지만, 곧 괜찮아져 다행이었다. 잔잔한 영화라 처음엔 꽤 졸렸다. 비교적 앞에 앉았는데, 맨 앞에 앉은 한 분도 졸다가 자다가를 반복하고 있어 괜한 안도감이 들었다. 한 어린이집을 무대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아이들이 된장을 직접 만들고 그 된장은 다음 해 어린이집에서 주요 재료가 된다. 먹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제 어떻게 유아 교육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였다. 실제 아토피가 심한 유아가 이 어린이 집에 다니면서 얼굴이 깨끗해지는 장면은 놀라웠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교육과정에 잘 녹아있었다. 한 학회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암을 예방하는데 된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정보도 인상적이었다.


영화 상영회가 끝나고 유기농 학교 급식의 미래-agreeheart의 도전과 과제라는 강연이 시작 됐다. 실제 유기농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대표의 강연이었는데, 매우 유익한 정보가 많았다. 싱어송 라이터도 겸하고 있어 중간과 마지막에 노래도 직접 들려줬는데 노래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1시간 30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은 유익한 강의였다. 대규모 농사를 짓는 데는 유기농이 더 경제적이라는 설명은 놀라웠다. 일본의 농림수산성은 2022년 '녹색식량시스템 전략'을 마련하여 2050년까지 전체 농지의 25%를 유기농으로 유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실천들이 힘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강연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몇몇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5시가 넘었다.

조금 바쁘고 피곤한 하루였지만 일본어 샤워를 듬뿍한 유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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