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노트: 배탈이 가끔 나는 딸을 위한 배탈이력노트. 내 딸 되시는 분은 가끔 배탈이 나서 힘들거나 곤란할 때가 있다. 그래서 배탈이 나면 기록해 두라고 몇 번 권했다. 배탈 났을 때 먹은 음식의 패턴을 이해하면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인데 학원, 유튜브, 숙제, 게임, 놀이터 등으로 바쁘신 분에게 무리한 요구인 듯하다. 그래서 모시는 사람이 기록해보고자 한다.
저녁엔 감성돔 아침엔 붕어빵
어젯밤에 할머니집에서 가져온 회를 맛있게 먹었다.
하얀색 회와 약간 거무스름한 색의 회였다.
"어떤 게 맛있어?"
"이거"
거무스름한 색의 회였다.
우럭이라고 했나 광어라고 했나...전날 들었는데 까먹었다.
회를 사준 고모한테 전화하니 하얀색이 광어, 거무스름한 게 감성돔이란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특히 감성돔을 많이 먹었다.
너무 잘 먹어 걱정이 됐다.
"많이 먹으면 배 아플 수 있으니까 너무 많이 먹지 마."
"응"
그랬는데 배탈이 났다.
회 먹고 숙제도 하고 유튜브도 보고 잘 놀았는데, 잠자리에 들어 배가 아파 잠을 잘 못 잤다고 한다. 겨우 잠들었는데 새벽 2시 30분에 일어나서 화장실. 그다음엔 잘 잤다고.
아침에도 작은 문제가 발생했다.
이 분은 아침 메뉴에 까다롭다. 함부로 대령했다가는 불호령은 아니고 불신경질이 일어난다.
아침 메뉴를 물었는데 약밥도 싫고 시리얼도 싫고 결국 (인스턴트) 붕어빵.
'아침부터 붕어빵?'
걱정 돼 물었다.
"국으로 속을 좀 따뜻하게 해주는 게 어때?"
들깻국이 있었다.
"붕어빵이랑 국을 먹으라고?"
"어제 배 아팠는데 속에 좋은 게 좋지 않을까?"
"시러" 단호했다.
'뭐 괜찮겠지'
그렇게 작은 붕어빵 5개를 먹었다. 아빠 하나 달라고 해도 안 줬다.
그렇게 먹고 학교 가기 10분 전에 배가 아프다고 한다.
어린이 정로환을 두 알 먹었다.
다행히 잘 등교.
불쌍하지만 맛있어
이 따님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 회를 좋아한다. 엄마와 처음 바닷가 횟집에 회 먹으러 가서 생선 손질하는 걸 보고 펑펑 울었다고.
"물고기 불쌍해...엉엉"
정말 슬프게 울었다고. 근데...처음 먹는 회가 맛있다며 어른들보다 더 많이 먹었다고 한다.
"뿔쌍하지만 맛있어요"
그렇게 회가 최애 먹거리 중 하나가 됐다.
근데 왜 배탈이 났을까? 토요일 저녁에도 할머니집에서 같은 걸 먹었는데 괜찮았다.그날은 전복회도 먹고 다른 것도 많이 먹고 더 많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