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글, 슬픈 글, 용기를 주는 글, 일상을 성찰할 수 있는 글 등 공감할 수 있는 글들이 많다. 어디서 그런 글감을 가져오시는지 궁금할 정도다.
어제 방문한 한 카페에서 브런치에 올릴만한 글감을 얻었다.
월요일 오후 4시 지나서 한 카페로 향했다. 도서관에 갈 예정이었는데 휴관일이었다.
자주 가는 카페로 오랜만에 갔다. 여기 카페는 주택가 쪽이라 거의 단골손님이나 혹은 아는 사람만 오는 카페이지 싶다.
이곳은 처음에는 저녁 8시까지 영업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영업시간이 줄어들었다. 내가 마지막에 왔을 때는 저녁 7시까지였다. 코로나도 안정되고 있고, 몇 달만의 방문이라 영업시간이 조금 늘어났길 바랐다. 하지만 저녁 7시까지, 그대로였다.
보통 카페 들어갈 때 문 닫는 시간은 신경 쓰지 않는다. 커피 마시고 나오면 그만이다. 여기 카페는 조금 다르다. 사정이 있어 7시는 넘어 집에 들어가는데, 그 시간까지 있을 곳을 찾아 카페로 간다. 이날도 7시까지 카페에 있다가 들어가면 딱 맞겠다고 생각하고 이 카페로 갔다.
'7시까지 있다 가야겠다'생각하며 앉았다.
이 카페는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널찍널찍하고 천장도 높고 커피도 맛있다. 그리고 저렴했다. 요즘 가격이 조금씩 비싸졌지만 처음엔 상당히 착한 가격이었다. 오전에 커피를 마셔 이날은 따뜻한 유자차를 주문했다. 500원 올라 4,500원이었는데, 이전까진 일회용컴이었는데 이번엔 머그컵이었다. 컵이 바껴 그런지 더 맛있었다. 유자차를 마시며 밀린 업무를 시작했다.
5시 54분이었다. 아직 마감까지 한 시간이 남은 시각.
"손님 6시까지예요~"
"6시까지요? 7 시까지 아닌가요?"
"6시까지예요"
"출입문에 7시까지라고 돼 있었는데요?"
"출입문에는 7시라고 돼 있는데 이건 여름 영업시간이구요 겨울에는 6시까지 해요"
"그럼 출입문에 6시까지라고 바꿔놔야죠"
"여름엔 다시 7시까지 영업해서 그대로 두었어요. 대신 출입구에 6시까지라는 팻말을 세워두었어요."
'여름에 다시 7시까지 영업하니까 그대로 두었다고???'
얼른 마무리해서 조용히 나왔다.
'출입문에 7시까지라고 써놓았는데, 누가 팻말까지 보나요? 여름에 쓸려고 못 바꿨으면
7자 위에 6자라도 임시로 붙여놓든지요'라고 직원에게 묻고 싶었지만, 별 소용없을 것 같아 관뒀다.
대신 이 정도면 브런치거리 될 것 같아 사진을 두 장 찍고 나왔다.
출입문에는 위의 사진처럼 떡하니 7시 마감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출입문이 두 개인데 그 사이에는 아래처럼 영업시간이 6까지라는 팻말이 서 있긴 했다.
이 정도면 브런치거리가 아닐까...
보통 영업시간이 6시까지면 6시까지로 바꿔놓는 게 정상이다. 그냥 팻말 하나 세워두고 이해하겠지 생각한 것이다. 그럼 왜 그대로 두었을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이게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일 수도 있다. 그냥 개인 의식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게 우리네 문화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확대해석을 해본다.
High context vs Low context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라는 사람은 high context culture와 low context culture를 구분했다. 고맥락과 저맥락 문화라고도 하는데, 유목민 문화와 마을문화의 차이를 지적했다. 유럽이 대표적인 유목민 문화이며 아시아의 한국, 일본이 대표적인 마을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오래전에 캐나다 친구에게 니네는 low context culture이고 우리는 high context culture라고 얘길 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대뜸, 왜 우리(유럽)가 낮고(low), 니네(아시아)가 높냐(high)면서 따지듯 물었다. '이 친구야 그렇게 위계의 문제가 아니란다. 내 말 좀 들어봐',라고 타이르며 두 개념에 대해 아래처럼 설명해 주었다.
유럽에는 유목 문화가 발달했던 거지. 그래서 이동이 많았던 거야.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거지. 그러다 보니 말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 거지. 싫다, 좋다, 뭘 원한다. 아니면 부족 간에 싸움이 나기도 하고 전쟁이 나기도 했거든.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분위기가 아니라 언어, 말(텍스트)을 명확하게 해야 했던 거지.
반면 마을 문화로 대표되는 high context culture에서는 어떻겠어? 맨날 만나는 사람들만 만나는 거지. 이심전심, 척하면 척, 에헴하고 헛기침만 하면 대충 다 알아듣는 거지. 비교적 말(text)이 필요 없이 맥락으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던 거지. 이런 문화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맥락(context)에 많이 의존할 수 있었던 거지.
그랬더니 그 친구도 그런 것같다면 수긍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영어는 주어와 술어가 명확하고 마을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일본은 비교적 문법이 자유롭다고 한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보면 실제 외국에 비해 우리말로 커뮤니케이션할 때가 좀 두리뭉실한 느낌이다.
이 카페 주인도 대충 해두면 알겠지, 하고 high context 커뮤니케이션을 의도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