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좋아한다. 젊었을 때 여건이 허락하면 산에 올랐다. 설악산, 지리산, 치악산, 월악산, 점봉산, 대둔산, 가지산,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 안산, 월출산, 마니산, 칠갑산...
시간이 지날수록 산에 갈 기회가 줄었다.
기회가 되면 산에 가고 싶다. 기회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겨울 주말엔 기회를 만들어 청계산에 자주 올랐다. 새벽에 일찍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다. 덤으로 일출 전의 서울 야경도 즐길 수 있다. 새벽에 다녀오면 아침 9시 전. 하루를 두 배로 사는 기분도 들었다. 서울 같은 메가시티에서 쉽게 산에 오를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 아닐까.
청계산에 올랐을 때
지난 5월 4일 휴가였다.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 인왕산에 올라보기로 했다. 인왕산에 올라본 적이 없다. 청와대 뒷산이라 쉽게 오르지 못할 산이라는 이미지가 있어 그런지 별로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인으로부터 쉽게 오를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왕산 등산루트를 찾아보니 경복궁역에서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왔다. 그래서 경복궁 역으로 갔다.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입구를 찾아 오르기 시작했다. 검색해 보니 등산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을 따라가면 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다고 나와있던데 나의 경우는 조금 헷갈렸다. 어떻게 어떻게 등산로를 찾아 올랐다.
(나중에 알게 됐는데 경복궁 1번 출구에서 세븐일레븐종로사직점으로 검색해서 가면 바로 등산 입구가 나온다. 이게 제일 정확하게 인왕산 등산로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다. 이 편의점 바로 건너편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올라보니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곳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주요 경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남산, 경복궁, 청와대가 풍경처럼 펼쳐져있다.
등산길도 다양하여 나름 산타는 기분도 골고루 느낄 수 있다. 조금 평평하게 쉽게 오를 수 있는 길도 있고 경사진 바위를 올라야 하는 곳도 있어 살짝 스릴도 맛볼 수 있다. 등반 시간이 짧은 것도 매력이지 않을까. 시간이 없는 사람들도 평일 오후나, 주말에 잠깐 시간을 내면 올라볼 수 있다.
접근성도 좋다. 3호선 경복궁 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코스가 시작되므로 이런 천혜의 접근성을 갖춘 산이 어딨단 말인가. 여자 혼자 오르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였다. 그만큼 가깝고 안전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왕산 근처에 산다면 매일 오르고 싶을 정도였다. 특히 밤에 올라보면 또 다른 경치가 펼쳐질 것 같다. 밤에 꼭 올라보고 싶다.
서울에 살면서 인왕산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근데 왜 산에 가는 걸까? 누가 그랬다. 저기 산이 있어 오른다고.
좀 현실적인 대답도 가능하리라. 등산은 심신을 리셋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운동효과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으리라.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오르면서, 멀리 작게 펼쳐진 인간 세상을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