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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꾸라지 Mar 24. 2023

내가 만약 LG 홍보담당자라면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보람이(가명)한테 가끔 배울 게 생긴다.

가끔 자기들이 하는 전문용어(?)를 배우게 되고 혹은 앞서가는(?) 트렌드를 배우게 된다.

2월 초에 남원, 여수, 전주로 함께 가족 여행을 다니다 배운 게 있다.


차를 타고 가다 "휴게소서 좀 쉬었다 갈까?"라고 물었더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하고 좁은 차 안에서 춤을 춘다. 아니 춤추는 시늉을 한다.

한 손을 45도 방향으로 들어 올리고 한 손은 45도 방향으로 내려서 빙빙 돌린다.

그리고 깔깔거리고 웃는다. 춤이라고 하기엔 그렇고 그냥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아직까지 조금 귀엽기는 하다)

"점심 뭐 먹고 싶어?"라고 물었더니..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그리고 또 춤추는 시늉을 한다.  

이렇게 말을 걸거나 이름을 부르면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며 딴청을 부리는 것이다.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어 물어봤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 유행인가 보다. 원래는 "요즘 어떤 노래 들어?"라고 물어보면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답하는데, 이제는 아무 말에나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뉴진스가 그만큼 대세라는 뜻이 아닐까. 최소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BTS도 초등학생들이 먼저 좋아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뉴진스도 BTS급 월드 스타가 되려나?


그때까지 뉴진스라는 걸그룹도 잘 몰랐다. 들어보긴 했는데 요즘 워낙 걸그룹이 많으니 원오브뎀 정도로 생각했다. 하입보이도 무슨 소리인지도 몰랐는데 뉴진스의 노래 제목이었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는데 몇 번 보다 보니 재밌다.

결국 나도 따라 했다.

"아빠~"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아빠 유머에 일절 반응을 안 하고 무시로 일관해온 보람이도 이 유머에는 몇 번 까르르 웃어주었다.

보람이가 한두 번 웃어주길래 계속했더니 그만하라고 정색을 했다. 그래도 한국에 있을 때는 몇 번 더 했다. 웃기려고 했다기보다 내가 웃고 싶어 했다. 재밌었다.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중독성이 있다.



뉴진스? 하입보이?


나이가 들수록 유행과는 좀 멀어지는 느낌이다. 특히 가수는 따라잡기가 힘들다.

영화배우, 탤런트, 코미디언, 방송인 등은 그래도 아는 사람이 계속 나오는 것 같은데 가수는 모르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다른 연예인들은 함께 나오기 때문에 그중에 한 두 명은 아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가수는 혼자서 하거나 그룹이라도 단독으로 하기 때문에 모르는 경우와 아는 경우가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가끔 채널을 돌리다 최신 음악방송을 보게 되면 거의 채널을 다시 돌리게 된다.  

낯선 얼굴과 어려운 노랫말과 살짝 부담스러운 안무는 쉽게 적응이 안 된다.   


그래도 외국에 있다 보면 케이팝 인기를 실감할 때가 많다.

2022년 12월 일본에서는 논쟁 아닌 작은 논쟁이 있었다.

일본의 대표 방송인 NHK 홍백가합전에 한국의 몇몇 걸그룹이 무대에 서기로 했는데

적절한가, 너무 많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NHK 홍백가합전의 경우 한국에도 많이 알려졌고 일본에서는 국민 프로그램인데 트와이스뿐만 아니라 신인 그룹인 르세라핌과 하이브도 출연하기로 하자 이에 대해 납득을 못 하는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예정됐던 한국 걸그룹들이 모두 무대에 섰다.

덕분에 나도 르세라핌과 하이브까지는 알게 됐다. 노래를 들어보니 꽤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아직 정확하게 어떤 노래가 어떤 그룹의 노래인지까지는 파악이 안 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기까지 뉴진스는 잘 몰랐다.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보람이의 개그 때문에 뉴진스의 노래를 찾아보니 들어본 노래이긴 했다.'아 이 노래가 뉴진스 노래구나.' 하입보이는 뉴진즈의 대표적인 노래라고. 그 외에도 디토 등이 유행곡이라고 한다.  


뉴진스의 노래는 듣다 보니 중독되는 느낌이다.

기존 걸그룹이 다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지만 세대 차이 때문인지 푹 빠질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뉴진스는 달랐다. '이 정도면 완성형 걸그룹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 같은 아저씨도 충분히 좋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걸그룹이 아닐까. 특히 디토라는 노래는 지금까지 들어본 어떤 노래보다 매력적이었다.  

우리 집 초등생 보람이도 이브에서 뉴진스로 갈아탔다고 한다.

"왜 뉴진스가 좋아?"

"응, 몰라 그냥 좋아"

나도 왜 좋은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뉴진스는 자연스럽다.

복장이 선정적이지도 않고, 안무도 소위말하는 칼안무가 아니라 흥겹게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분위기다. 그래서 보는 나도 흐뭇해진다. 게다가 멜로디도 흥겹고 멤버들도 모두 개성이 있어 보인다.

이러니 '네,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유행어가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나 보다.



"네, 엘지 그램요."


노트북이 오래돼서 하나 바꾸려고 검색하다 보니 엘지에서 그램 노트북의 뉴진스 에디션을 내놨다고 한다.

이 뉴스를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LG의 홍보 담당자라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네 뉴진스 하입보이요'를 조금 바꿔 다음과 같은 홍보물과 카피를 만들어보겠다.


뉴진스 멤버들이 대학 강의실에 등장한다.

한 멤버가 다른 멤버들에게 묻는다.

"시험 점수 잘 나왔어? A, B?"

그럼 딴청을 부리며 다음과 같이 답한다.

"네, 엘지 그램요" 혹은 "네? 뭐라고요? 엘지 그램이라고요?"

그리고 뉴진스가 춤을 춘다.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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