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꾸라지 Mar 18. 2023

서울에서 아오모리까지

아오모리에서 서울까지 (brunch.co.kr)


서울과 아오모리(2월2일 촬영)


이번엔 서울에서 아오모리까지다.


3월 12일의 기록.

12일 동경을 경유해서 아오모리로 돌아왔다. 이날 아오모리 직항도 있다고 해서 혹시 변경할 수 없는지 항공사에 문의해 봤다. 직항은 전세기라 여행사에서 모든 티켓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경이 안 된다고 한다. 여행사에서는 여행 상품으로만 판매하고 있는데, 자리가 있으면 티켓만 판매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혹시 편도만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보니, 왕복 아니면 판매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나리타, 동경을 경유해서 아오모리로 돌아오기로 했다.


아오모리에서 서울로 돌아갈 때는 준비할 것도 많고, 내가 없을 동안도 문제가 없게 잘 정리해둬야 할 것도 많아 불안하기도 하다. 아오모리 출발 몇 주 전부터 출장 계획, 비행기표, 출장기안 등을 부산하게 준비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서울에서 출발할 때는 전날 밤에 짐을 싸서 빠진 게 없는지 체크하는 정도다. 너무 긴장을 안 한다.


이날은 새벽 6시 버스를 탔다. 요즘 세월이 좋아 어플을 보면 버스가 어디쯤 오는지, 언제 도착하는지 잘 알려준다. 그래도 조금은 기다리는 편인데 이번에는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버스가 도착했다.

공항버스를 타면 항상 졸려 잠을 자게 된다. 아마 준비하고 점검하고 시간 맞춰 나오기 위한 작은 긴장감이 차를 타는 순간 풀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리무진 버스라 잠들기 딱 좋은 편안한 의자라 그럴 수도 있다. 조금 자고 일어나니 영종도 다리를 지나고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생각보다 줄이 길었다. 어떤 분은 애완견 다섯 마리를 데리고 출국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무슨 마술 상자 같은 네 박스에 각각 한 마리씩을 넣어 쌓아 올려놓고, 그 위에 가방 같은 박스에 한 마리를 넣어 줄을 서 있었다. 나는 짐 가방하나도 귀찮아 하는데 애완견만 다섯 마리나 데리고 출국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어 신기했다.

체크인을 마치고 편의점에 잠깐 들러보았다. 마지막 쇼핑이다. 출국 시 가능하면 면세점에서 뭘 사지 않으려고 한다. 한국 면세점은 좀 비싸게 느껴진다. 그래서 가능하면 선물이라든지 아오모리에서 쓸 거는 집에서 준비를 해 오는 편이다. 공항에서는 편의점이나 카페에 들리곤 한다. 이날도 공항 편의점에서 혹시 몰라 과자 몇 개를 더 샀다.

그리고 출국 심사를 받기 위해  출국장으로 갔다. 출국장 입구에서 한 가족이 작별을 하고 있었다. 딸을 마중 나온 부모 같았다. 딸이 들어가다 말고 돌아서서 부모님 사진을 찍는다. 부모님이 손을 흔들며 웃어주었다. 딸은 대학생쯤 되는 것 같았는데 혼자 유학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모양이다. 우리 딸도 언젠가 저렇게 씩씩하게 혼자 다니겠지 하는 상상을 해봤다. 아무리 커도 혼자 떠나보내면 왠지 짠할 것 같기도 하다. 어떨지..

보안 검사를 위해 줄에 서 있는데 뒤에서 누가 말을 걸었다.  "죄송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먼저 갈 수 있을까요?" 그러시라고 했다.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 있을 때도 한 사람이 늦어서, 결국 승무원과 별도로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는 걸 봤다. 사정이 있거나 느긋한 사람들인가 보다.  

무사히 출국 심사를 마치고 면세점으로 갔다. 면세점도 사람들이 많았다. 면세점 구역에 들어서면 쇼핑을 하거나 탑승구 앞에서 앉아 기다린다. 나는 언젠가부터 환승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낸다. 환승 라운지에는 보통 카페가 있고 편하게 쉴 수 있는 의자들이 많이 놓여있다. 탑승구 앞의 자리보다 사람이 적어 여유롭고 2층이라 경치도 좋기 때문에 괜찮은 카페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10시 비행기. 9시 20분부터 탑승이 시작됐다. 비가 내려 그랬는지 20분 정도 출발이 지연됐다. 비행기를 타면 또 졸린다. 탑승하기까지 나름 신경을 쓰기 때문이 게다. 잠에서 깨보니 하늘을 날고 있다. 보통 통로 쪽에 자리를 잡는데 이날은 창쪽에 자리를 잡았다. 날씨도 좋아서 사진도 한 장 찍어보았다. 기내식이 나왔다. 감자와 소고기 요리였는데 맛있게 먹고 커피도 한 잔 부탁해서 마셨다. 일본행은 기내식 먹고 나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하는 기분이다. 한 번은 표가 없어 기내식이 없는 저가 항공기를 이용한 적이 있었는데, 자도 좁고 기내식이 없어 비행시간이 참 길게 느껴졌다.




나리타에 무사히 도착했다. 일본도 입국 절차가 많이 간소화 됐다. 일본의 경우 한 때는 공항에 내려서 PCR검사를 받고, 대기했다가 결과에 문제가 없으면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그때는 12시에 도착해도 5시경에야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아직 한국보다 시간이 걸리지만 그래도 금세 출국절차를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관 신고서를 냈다. 여권과 세관 신고서를 확인하더니, "잊으신 물건은 없으신지요?"라고 친절하게 통과시켜 줬다.

동경으로 가기 위해 케이세이 스카이라인 표를 구입하기 위해 매표소로 갔다.

"12시 59분 차가 있는데 타시겠어요?"

직원이 물어왔다. 12시 56분이었다.

"탈 수 있으면 타고 싶은데요"

"그럼 12시 59분 표를 드리겠습니다. 혹시 못 타시고 돌아오시면 표를 바꿔드리겠습니다."

그럼 타면 좋고 못 타도 크게 손해볼 게 없을 것같아 12시59분 표를 부탁했다.

표와 영수증을 받고 급하게 내려갔다. 에스컬레이트를 내려가 바로 탈 수 있었다.  


우에노 역으로 이동. 우에노 역에는 아메요코라는 전통 시장이 있는데 이번에 잠깐 10분 정도 들러보았다. 일본에서 유학할 때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이십몇 년 전인 것 같다. 시간이 없어 제대로 못 봤는데 대낯부터  여유롭게 술 마시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신칸센을 타기 위해 우에노역으로 갔다. 우에노 역의 신칸센 탑승구는 꽤나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는데 몇 번 다니다 보니 익숙해진 것 같다.

14:26분 하야부사 신칸센. 홋카이도행이랑 아키타행이 함께 붙어 있다. 위의 오른쪽 빨간 신칸센은 아키타로 가고 아래의 오른쪽 신칸센은 아오모리를 거쳐 홋카이의 핫코다테로 가는데, 모리오카까지는 함께 달린다. 모리오카에서 분리 돼 각자의 목적지를 향하게 된다.



동경에서 아오모리는 700km. 약 세 시간이 소요된다. 신칸센도 거의 만석이었다. 일본 내에서도 사람들의 이동이 거의 정상화되고 있다. 약 한 달 반 만에 아오모리, 아직 눈이 남아있었다. 아오모리는 지역의 유명한 축제인 네부타의 고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역에 내리면 네부타 축제의 소형 전등이 전시 돼 있다


역에 내리니 지인이 마중 나와 있다. 택시로 이동해도 된다고 몇 번 말씀드렸는데, 기어이 마중을 나왔다.

도중에 마트에 들러 사케와 안주거리를 사서 숙소로 왔다. 일본 동북지방은 사케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내가 사는 아오모리도 맛있는 사케가 많다. 그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아래 오른쪽의 핫센이라는 사케이다.

오늘 마중을 나온 일본 지인은 홍어를 그렇게 좋아 하신다. 일본 방송에서 세계에서 제일 독한 향을 가진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로 소개된 게 한국의 홍어라고 한다. 그래서 한국 다녀올 때면 항상 홍어와 막걸리를 선물로 가져온다. 한국에서 가져온 장수막걸리와 사케로 회포를 풀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오모리에서 서울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