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금을 갖고 달려라
M은 육상선수 출신이다. 꽤 실력이 좋았다고 한다. 요즘은 지도자로서 달리기를 가르치기도 한다. 얼마 전에 그와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M은 살이 많이 빠져있었다. 나도 다이어트와 달리기에 관심이 많아 나눌 얘기가 많았다. 그는 체육 전문가답게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살을 잘 뺄 수 있는지에 대해 들려주었다. 나도 내가 나름 터득한 다이어트 방법을 얘기하기도 했다. 내 다이어트는 단순하다. 인풋을 최소화하고 아웃풋을 최대화하는 것이며, 아웃풋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달려서 땀을 흘리는 게 포함된다.
M에게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달리기를 하는지 물었다. 의외로 규칙적인 러닝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뻔한 패턴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는 뭐든 잘 싫증 나는 편이에요"
처음에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어 다시 물으니, 뭐든 쉽게 질리는 편이라 달리기도 같은 곳을 반복하게 되면 쉽게 싫증이 난다고 한다. 뭐든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그래서 달리기도 같은 곳을 매번 달리면 재미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달리기를 할 때면 멀리 잘 모르는 곳을 뛴다고 한다. 어떨 땐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곳까지 가서 달리기를 하다가 길을 잃고 간신히 찾은 적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낯선 곳 달리기를 좋아하는 M에게는 그만의 습관이 있었다. 잘 모르는 곳까지 달리기 때문에 주머니에 항상 비상금을 넣고 달린다고 한다.
"그래서 저는 항상 500엔을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500엔을요?"
"살아야 하니까요. 너무 달려 탈수 상태가 되면 물이라도 사 마셔야 하니까요. 택시비를 넣어 다니기엔 그렇고. 살아 있으면 어떻게든 돌아올 수 있으니까요"
익숙한 곳은 스릴이 없기 때문에 흥미가 반감된다고 한다. 그래서 익숙하지 않은, 아예 모르는 곳을 달린다고.
달리기 하는데 지폐를 주머니 넣고 다니기엔 이상하고 그렇다고 100엔을 넣어 다니면 자판기 음료를 구입하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그는 500엔 동전 하나를 항상 주무니에 들고 달린다고 한다.
달리기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 혹은 해야하할 일은 계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싫증이 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래서 그만둬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래도 계속해야 한다면 방법을 바꿔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이다. 책을 읽고 싶은데 집에서는 집중이 안되면 도서관을 가보고, 도서관에서도 집중이 안되면 공원이나 카페에 가서라도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나도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나는 같은 곳을 달려도 전혀 싫증이 나지 않은 성격이라 집 주위의 같은 곳을 항상 달리고 있다. 컨디션이 좋고 날씨가 좋은 날은 모르는 곳까지 실컷 한번 달려봐야겠다. 주머니에 비상금을 넣고. 훨씬 살이 빠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