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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새 학년 등원 첫날

시간이 흘러도 같은 고민 _2025.3.5

by 제니퍼씨

봄방학 기간 내내 새 학년 등교를 위해 며칠 전부터 아이와 여러 말로 다짐을 했는데도 결국 늦잠을 자고 유치원 가기 싫다고 떼쓰는 통에 등원 차량을 놓치고 아빠가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


일 년 반 전 어린이집 적응할 무렵 여름에 아이가 어린이집을 참 가기 싫어했었는데, 유치원에 제법 적응해서 다닌다고 생각할 무렵인 작년 12월쯤부터 아이가 유치원 가기 싫다는 말을 매일 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놀 친구가 없다, 아이들이 많고 너무 시끄럽고 내가 맘대로 놀잇감을 가지고 놀 수 없다, 장난감 정리하기 싫다, 공부가 너무 어렵다, 이모 말고 엄마가 데리러 나왔으면 좋겠다, 등등.

담임과 고민을 얘기했더니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랑 잘 지내고 교우 관계에 문제는 없다고 한다. 아이가 선생님에게 애교가 많다고 하고 유치원 생활을 전하는 말투에서 선생님이 아이를 아껴 주시는 것이 느껴질 정도다. 유치원에서의 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무엇이 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걸까.. 엄마의 부재일까?

다행히(?) 겨울 방학, 설 연휴, 봄방학까지 12월부터 2월까지는 아이 입장에서는 좀 여유가 있는 일정이어서 평일은 7시에 맞춰 퇴근하고 종종 연차도 내어 아이와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유치원 하원 차에 이모가 마중 나오는 것이 싫은지, 이모 말고 엄마가 나오면 좋겠다고 노래를 불러 댄다. 고작 두어 시간 이모랑 있는 건데…어떤 친구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더 보내기도 하는데…

솔직히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단한 열정을 가진 것도 아니고(오히려 다소의 회의감과 복잡 다단한 생각이 있는 편) 아이와 무념무상의 행복한 시간을 더 보내고 싶지만, 일을 그만두면 당장 경제적으로 갑갑할 터라 맘 가는 대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제적 자유가 없는 한 노동에 묶여 있을 수밖에.


아이의 마음을 읽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 어린 시절 행복하게만 해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닐 수도 있다.

나 스스로 아이에게 관대한 편인데, 아이가 “싫어”라는 말을 하고 내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여 실랑이할 상황을 최소화하는 편으로, 이건 얼마 되지 않는 아이와의 시간을 즐겁게 좋게 보내자는 생각과 훈육에 대한 게으름이 더해져서 인 듯하다.

아직 손이 서투른 아이를 기다려 스스로 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맘이 급해 빨리 입혀주고 신발 신겨주고 급하면 안고 뛰어 주고, 싫은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먹고 싶은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먹게 하고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름 들은 훈육법은 있어서 요리할 때 해 보고 싶다고 하면 쉬운 것은 재밌게 도우게 하고 쓰레기 버리기 심부름도 시키지만, 정작 매일 스스로 해야 하지만 하기 싫을 수 있는 장난감 정리하기, 양말 벗어 빨래통에 넣기, 다 먹은 밥그릇 옮기기 등 집안일 돕는 거는 아이와 대치하는 상황이 싫어서 교육이 소극적이었다. (남편도 잘하지 않는 거라서..)

집에서 잘하지 않는 일을 유치원에서 하려면 힘들게 느껴지겠지, 그렇지만 힘들다고 그마저 유치원에서도 안 배우고 피하기만 하면 마음은 언제 단단해지고 험한 세상은 어떻게 스스로 혼자 헤쳐 나갈까.

우리 이모님은 아이에게 바른 것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하시는 분이다. 스스로 양말도 신어보게 하고, 신발도 신어보게 하고, 제자리에 앉아서 밥 먹게 하고, 다른 친구에게 나누어 주는 것도 가르쳐 주시고, 늦은 기저귀 떼기도 이모님 도움이 컸다. 아이가 잘할 때는 칭찬도 격하게, 무척 잘해 주신다. 나에게 말은 못다 하고 답답한 점도 있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 문제인 4세 고시, 7세 고시, 우리 아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경험상 사회에서 영어 소통 능력이 중요하 기는 하지만 4세나 7세에 능통해야 할 정도는 아니라는 나름의 확고한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는 소통의 도구일 뿐, 소통의 내용이 되는 깊고 독창적인 생각과 이를 현실화하는 실행력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끈기, 세상을 바르게 보는 마음이 명문 영어 학원에 다니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마음이 단단한 아이, 무엇이든 스스로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 도울 수도 있는 아이로 잘 성장시킬지 고민이 깊어진다.

소중한 하나님의 선물, 하나뿐인 내 아이가 단단한 마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엄마로서 돕는 지혜가 부족해서 오늘도 겸허히 기도로 하늘의 도우심을 구한다.

아이의 마음에 오늘 하나님이 함께 하셔서 나에게 함께 하셨듯이 그 작은 몸과 마음에 느끼는 어려움을 능히 이겨낼 힘을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방학 마지막날인 어제,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엄마와 반갑게 만나서 집 근처에서 빵을 사서 나오면서 아이가 물었다. “엄마, 나 얼마나 사랑해요?”라고. 너무 귀여운 우리 아기에게 “하늘만큼 땅만큼, 지구 백 바퀴만큼, 우주만큼 사랑한단다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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