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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 여행 추억

잔잔한 여운이 남는 짧지만 행복했던 여행 (2023. 9. 6.)

by 제니퍼씨

자고로 여행에서 마음에 여운을 남기고 오려면, 단순한 럭셔리의 경험이나 멋진 사진이나 좋은 풍광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적인 교류, 교감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행 다큐멘터리에서는 으레 현지인과의 교류나 교감이 나오고, 여행 예능에서는 함께 떠난 출연진끼리 추억으로 끈끈해진 모습을 보여주어 감동을 연출하곤 한다.

지난 토요일에 상쾌해진 가을 하늘이 좋아 “바다 보러” 갑자기 떠난 제부도 여행은, 일상아침에서 벗어난 호텔 조식 같은 조촐한 럭셔리함도 없었고, 멋진 사진도 한 장 남기지 못했지만, 의외의 소소한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가에 우뚝 솟은 걸어갈 수 있는 돌섬이라는 특별한 풍광과 함께 서현이와 걸으면서 나눈 평범한 대화 덕분에, 마음에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으로 남았다.

제부도 해수욕장에 도착해 바지락칼국수와 회덮밥으로 간단한 요기 후에 남편은 (화장실이 급했던 모양) 나에게 아이와 갯벌로 한번 다녀와 보라고 했다. 혼자 잘 걸어가면 좋은데 엄마한테 한사코 안기겠다고 하는 녀석이라 좀 힘들겠다.. 하며 둘이 죽 늘어서 있는 텐트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이어서 밟는 촉감이 재밌어서 그랬는지 생각 밖에 아이가 해변가를 곧잘 걸었다. 욕심이 좀 나서 서현이에게 ”저기 보이는 돌산까지 엄마랑 다녀올까? “했다.

애 안을 때 걸기적 거릴까 봐 남편에게 핸드백, 휴대폰도 맡겼는데 남편 걱정보다는 (걷기 귀찮아해서 멀어서 못 간다고 할 거 같기도 하고) 첫 번째 돌산 까지는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아이를 북돋아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모래사장에서 갯벌 체험 손님을 뒤 포장칸에 태운 트랙터가 갯벌로 내리 달았고 서현이는 트랙터 보고 신이 났다. 물 쪽으로 사람을 태우고 달려가는 바퀴 큰 차가 신기할 터였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첫 번째 돌산에 도착하고, 곧이어 두 번째, 그리고는 어렵지 않게 세 번째 마지막 봉우리까지.. 서현이가 제법 씩씩하게 잘 걸었고 바닥에 조개껍질 부스러기가 있어서 길이 평평하니 하얗게 다듬어져서 걷기가 좋았다. 산들한 바람이 있긴 했지만 내리쬐는 햇살이 적잖이 강했다. 서현이는 오늘 선크림 안 발랐는데.. 나도 아침에 바른 파운데이션이 다인데.. 피부 걱정도 하면서 걸어갔다. 서현이는 첫 번째 돌산에 도착해서는 “높은데 어떻게 올라가지? “하며 올려다보기도 하고, 마지막 세 번째 돌산에 도착해서는 돌산 반대편도 가보자고 하고.. “엄마 저기까지 가보자 하나 둘 셋 ” 하기도 하고 별거 아닌 예기를 도란도란 나누면서 걸었다. 남편과 이런 잔잔한 교감이 뜸해서일까.. 서현이와의 대화의 시간이 참 신선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는 길에 서현이가 삐끗 넘어질 뻔해서, 내가 안으면서 “조개껍데기가 뾰족해서 무릎 다칠 수 있으니까 엄마가 도와줄게”하니까 “엄마 고마워” 하는 그 말에 감동을 받았고 내가 더 고마웠다. 남편이 걱정할까 봐 서둘러 돌아서 걸어 나오는데, 서현이와 여기서 사진 하나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을 맡겨두고 와서 너무 아쉬웠다.

돌아오니 남편은 헤어진 그 자리에 다행히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못 보고 갯벌에서 우리를 찾느라 눈이 분주했다. 화장실 다녀와서 갯벌을 아무리 봐도 우리가 없더란다. 서현이와 멀리 세 번째 돌산까지 후딱 다녀왔다고 했더니 깜짝 놀란다.

나중에 작은 텐트도 하나 마련하고 서현이가 좀 더 크면 갯벌에 꽃게랑 소라 잡으러 다시 한번 와야겠다. 조카 현우가 개벌에서 뭐 잡는 거 좋아하는데 같이 와서 서현이가 좀 배우면 좋겠다.

우리 부부 인생에 서현이는 참 선물 같은 소중한 존재인 것 같다. 앞으로 함께 다닐 여행이 참 기대가 된다.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지금과 같은 안정과 여유로움이 있어야 할 텐데, 보호하고 지켜주시길 하나님께 겸허한 마음으로 기도하게 된다. 할 수 있을 때 무조건 마음 내고 시간 내어가까운 데라도 여행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실행력도 꼭 장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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