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10
재작년 만 세 살쯤에는 소소하게 1-2만 원 대의 작은 시티 시리즈 (자동차 위주) 레고 블록을 사 주었고 처음에는 그마저도 아빠나 내가 대신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어느 순간 스스로 레고를 설명서 그림 보며 혼자 조립하더니 작년에는 200-300개 블록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하반기는 400-500개 블록도 혼자 곧 잘하게 되었다. 가격도 3-4만 원대, 6-7만 원대로 올라가더니 11월 생일을 기점으로 10 만원 넘는 것도 두어 번 사게 됐다. 그러다가 12월 중순쯤에는 20 만원 짜리 큰 함선 모양 레고를 사겠다고 고집하기에 이르렀다.
레고라는 것이 한번 만들면 부수고 다시 만들기 반복이 잘 안 되고 또 가지고 놀다 보면 블록들이 부서져 내리고 다른 것과 섞이고 해서 재조립이 수훨하지도 않아진다. 떨어진 조각들을 보수해 가면서 투명 상자를 많이 사서 전시도 해 봤지만 그마저도 비행기 같은 날개가 크고 길이가 긴 놈들은 상자 안에 들어가지 않아서 정리가 잘 안 된다. 그래서 부피가 큰 레고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큰 물건(장식품 아닌 장식품을) 집안에 들일 일이 고민이 되는 것이다.
백화점 레고 가게에서 20만 원짜리 사겠다고 한 그날, 이건 아니다 싶어 레고를 조립하는 놀이방을 찾아보았고 마침 비교적 가까운 흑석동에 “플레고”라는 곳을 찾았다. 가 보니 아이가 사겠다고 했던 그 큰 함선 레고를 포함해서 백화점 레고 가게에 수도 없이 가서 기억하는 것들 거의 다 있을 뿐 아니라 종류도 족히 두 세배 다양했다. 패드에서 하고 싶은 레고 종류를 고르면 사장님이 찾아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놓아 주셨다. 처음 방문 한 날 아이 눈이 흥분으로 반짝반짝해졌다. 첫날 4시간 넘게 놀았고 중간 크기의 레고를 세 박스 정도 만들었다. (사려면 족히 15-20만 원쯤 될 법) 그 이후크리스마스, 방학, 주말에 부지런히 다녀서 하루에 4-6시간씩, 약 한 달 만에 거의 50 만원을 썼다. 돈이 크다면 크지만 아이의 덕질을 만족시키며 집중할 수 있는 나름 유익한 놀거리이기에 만족도가 컸다. 그동안 조립한 레고를 만약 구매 한다면 그 비용은 그 세배 이상 되었을 것이다. 원래는 ‘시티’ 시리즈만 했었는데, 구매하는 것이 아니니까 ‘닌자’, ‘마인크래프트’ 같은 다른 시리즈도 호기심에 가볍게 시도를 할 수 있었다. 배가 오프면 과자나 음료수, 짜장라면(한강라면기계)도 사 먹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 바깥 놀이가 힘들 때 레고방은 예전 내가 어릴 적 다니던 만화방 같이 따뜻하고 여유 있어 참 좋았고 나중에 아이와 올해 겨울 방학을 떠올리며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