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아웃사이더
나는 꾸준히 아웃사이더였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통틀어 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아이.
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무리에 속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깊이 믿을 수 있는 한두 명의 친구를 제외하면 언제나 주변부를 맴도는 아이였다.
그것이 익숙해져서인지, 스스로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고 여겼다.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외로움을 느꼈다.
친한 친구와 반이 달라지면, 나는 초조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줄 알았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언제나 소수와만 가까이 지냈고, 다수의 무리와는 거리를 두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라는 좁고 단단한 조직 속에서
중심에서 비껴난 자리에 서 있는 건 더 뚜렷하게 느껴졌다.
직장에서는 친밀감보다는 효율과 역할이 우선이었기에
내가 느끼는 외로움은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 힘들어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스스로를 다그치며 입을 닫았다.
사회생활에서 외로움은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친했던 동료가 그만두면, 잠시 의지했던 대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처음에는 그 공백이 너무 커서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회라는 곳은 외로운 법이니까.
울면서 외로움에 맞서던 시절에서,
외로움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시절로 옮겨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배웠다.
외로움은 없앨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감정이라는 것을.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공허함을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
그 공허함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 애썼다.
외로움은 날카롭지만 동시에 고요하다.
그 고요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의 가장 깊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를 비판하던 말, 나를 위로하던 말, 앞으로 나아가라고 재촉하던 말들.
아이러니하게도 외로움은 나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나를 단단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외로움을 견디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아웃사이더의 삶’이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외로움을 편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다고 생각했지만,
그 태도가 아이들에게는 의도치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지내는 걸 더 자연스럽게 여기고
낯선 무리에 들어가기를 주저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서 발견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 속에서 중심에 서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동시에, 나처럼 늘 바깥에서만 머무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외로움은 분명 배울 점이 많은 감정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나를 깊어지게 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기쁨,
공동체 속에서 느끼는 안정감도 인생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가치다.
아이들이 그 균형을 알기를 바란다.
돌이켜보면, 외로움은 내 삶에서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때로는 나를 짓눌렀고, 때로는 나를 성장시켰다.
그 안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외로움이 결코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로움은 나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었다.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나를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타인의 외로움 앞에서 조금 더 다정한 시선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이제 나는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무조건 피하려 하지 말라고.
대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만나는 법을 배워 보라고.
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에만 갇히지 말고
사람들 속으로도 용기 내어 걸어 들어가 보라고.
외로움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의 또 다른 얼굴이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을 통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외로움 속에서 자란 마음은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는 따뜻함을 배우게 된다고.'
글/그림 휘야야 https://www.instagram.com/hwiya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