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얼굴의 비밀
나는 종종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마음에 들어서 보는 것은 아니다. 나이지만 낯설다.
속은 잔뜩 일렁이는데, 얼굴은 이상할 만큼 고요하다.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담담하다.
언제부터였을까.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괜찮은 척하는 표정을 연습하기 시작한 것은.
울고 싶어도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떨림을 꾹 삼켰다.
그 표정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보였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순간에도 내 마음은 종종 무너져 있었다.
대화 속에서 건네는 “괜찮아”라는 말은 사실 나를 속이는 거짓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아무 일 없는 얼굴’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또 누군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매일같이 연습하고 또 연습한 얼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얼굴은 나를 보호하면서도 동시에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아무도 내 진짜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깊은 방 안에 홀로 갇힌 느낌이 들곤 했다.
나는 세상 앞에서 늘 잘 버티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조금만 건드려도 금세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
혼자 있는 밤,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이 낯설지 않고 너무나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건 오래 연습한 끝에 몸에 밴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기가 아니라, 내 얼굴의 일부가 되어버린 ‘아무 일 없음’.
그 깨달음은 씁쓸했지만 동시에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내가 감추고 싶었던 건 슬픔이 아니라, 슬픔을 감추려는 습관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그 표정이 무너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에,
창밖 노을이 물드는 풍경을 바라볼 때,
버스 안에서 흐르는 추억의 노래를 들을 때,
혹은 기억 속 따뜻한 장면이 불쑥 피어오를 때.
그럴 때면 억눌러왔던 눈물이 서서히 녹아 흐른다.
나는 여전히 ‘괜찮은 얼굴’을 연습한다.
습관처럼, 때로는 방패처럼.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얼굴 뒤에도 여전히 내가 있고, 눈물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는 굳이 연습하지 않아도 괜찮은,
있는 그대로의 얼굴로 살아가고 싶다.
글/그림 휘야야 https://www.instagram.com/hwiya_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