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다.
눈물이 멈춘 뒤의 시간은 적막하다.
모든 감정이 빠져나간 자리는 마치 텅 빈 방처럼 고요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고, 아무 감정도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로 그 정적 속에서
무언가 아주 작게, 아주 느리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건 마치 손끝에 스치는 미세한 온도 같기도 하고,
닫혀 있는 창문 사이로 흘러드는 바람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어제와 비슷한 하루를 보낸다.
어둠을 몰아내는 한 줄기 빛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숨을 조금 더 길게 내쉴 수 있게 된다는 정도의 변화다.
마음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하늘이 눈에 들어오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인다.
굳이 찾자면, 그것이 회복의 첫 신호일지 모르겠다.
그런 사소한 순간들이 쌓인다.
오늘의 커피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창문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이
처음 만난 공기처럼 낯설게 반갑다.
그 변화가 아주 미미해서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나는 안다.
내 안 어딘가에서 무너졌던 감정들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걸.
빛은 그렇게 돌아온다.
틈새를 따라 스며들듯이.
누구의 손길도, 위로의 말도 필요하지 않다.
회복은 누군가가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아주 천천히 자라나는 힘이다.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말 대신,
오늘도 그냥 이렇게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다.
어떤 날은 이유없이 불안하다.
별일 아닌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아무 이유 없이 공허해진다.
그럴 때면 그냥 그렇게 흘려보낸다.
이 불안마저도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이제는 좀 아는가 싶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또 얼마나 많은 것을 다시 얻는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빛은 눈부시지 않아도 괜찮다.
천천히 돌아와도 괜찮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빛은 내 안으로 돌아오고 있다.
어쩌면 이미 오래전부터 내 안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글/그림 휘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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