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고 나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왜 이렇게 자주 무너질까

by 휘야야 HWIYAYA

나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날이 훨씬 많다.

어떤 것이든 잘 해내지 못하는 것만 같고,

남보다 다 못하는 것 같고,

일은 늘 실수투성이인 것만 같다.

끝까지 가서 좋은 결과를 낸 경험도 많지 않다.

그런 경험이 쌓여질수록, 나는 점점 자신감을 잃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 줄어들었다.


나의 마음은 자주 녹아내리는 초처럼 불안하다.

불안한 마음은 자꾸만 형태를 잃었고,

무엇이 나인지조차 모를 만큼

내 안의 온도는 들쭉날쭉하다.

과거의 일인듯 적고 싶지만

이런 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녹는 것이 두려웠다.

모양을 잃는다는 건 사라지는 일 같았으니까.

녹아내리고 시원히 끝났으면 좋겠지만

삶은 또 그렇지 않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약한 마음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리고, 왜 이렇게 자주 무너질까.

단단해지고 싶다는 바람 속에서도

결국 나는 언제나 녹아내리는 쪽이었다.


하지만 녹아내린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다른 형태로 내 마음에 남아,

보이지 않게 스며들어 새로운 감정을 만든다.

완전히 증발하지 않은 채

내 안 어딘가에 눌어붙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살아간다는 건 결국 수많은 '녹음'의 연속이다.

사랑이 식어 녹고, 꿈이 무너져 녹고,

자존심이 깨져 녹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다시 자신을 새로이 만든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더라도,

그건 내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다.

녹는다는 건 어쩌면 살아내기 위해 모양을 바꾸는 것은 아닐까.


여전히 흔들리고, 여전히 서툴고,

여전히 어제의 나를 용서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녹으면서도 살아남았다.

녹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다름 아닌 ‘나’다.

이렇게 나는

녹아내리며 모양을 바꾸는 법을 알게 모르게 터득해왔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녹는다는 건 끝이 아니라는 것.

언젠가, 이 모든 녹음의 끝에서

나는 나답게 단단해진 하나의 새로운 형체로,

조용히 빛나길 조심스레 상상해본다.






글/그림 휘야야 https://www.instagram.com/hwiya_jin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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