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의 이방인

2025.08.18 시칠리아에서

by 경년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우리는 분명 낯선 풍경이었다. 그들의 전유물처럼 보이던 카파라 해변에 동양인 하나가 발을 들이자, 호기심과 경계가 섞인 시선들이 한곳으로 모였다. 오랫동안 누군가의 응시를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그 어색함이 내 어깨를 스치며, 여행자만이 얻을 수 있는 생경한 감정 하나를 남겼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해지는 내게, 이 낯섦은 더디게 소화되고 있었다.


생각보다 한적했던 이 근방에서 우리는 삼일 동안 유일한 먼 타국의 방문객이었다. 한국인도, 동양인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살면서 이토록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나를 언제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질문은 곧 여행의 묘미가 되었다—익숙함을 벗어던진 채 감각을 새로이 켜는 일. 눈앞에 마주한 낯선 풍경들이 일상에서의 나를 잠시 잊게 해주었다.


기억으로 남은 풍경들을 적어 보면 이렇다:

이른 아침 햇살이 깃든 카페에서 맛본 크로와상과 에스프레소의 쌉싸름한 여운,

카파라 해변가에서 물장구치며 웃는 아이의 탄성, 그 옆에서 천천히 미소 짓는 아버지의 얼굴.

넓게 뻗은 포도밭과 산중턱의 주황빛 지붕들,

그리고 곳곳에 어울려 자란 야자수와 선인장이 이곳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게 해줄 것이다.


여행은 결국, 일상에서 잊고 있던 감각 하나를 되찾는 일이다. 시칠리아의 햇빛과 소리와 냄새가 내게 전해준 건, 낯설음 앞에서 서투르지만 진심으로 설레는 마음이었다. 언젠가 다시 이 ‘이상한 나라’에 떨어져,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리라—그날을 조용히 기대해 본다.


IMG_9192.jpeg 카파라 해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