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깜뻥에서 조난당할 뻔한 이야기 (1/2)
여행 유튜브를 보다 보면 끝도 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을 가로지르며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는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몇 시간을 운전해도 같은 풍경이 이어지는 광활한 대지를 달리고 있는 영상을 보면 보는 내 눈이 다 시원해진다. 자유롭게 여행하다가 마을이 눈에 띄면 식사도 해결하고 지역 주민들과 영어, 한국어, 현지어를 섞어 의사소통하는 모습도 재미있다. 우리도 그렇게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정말 찐 로컬을 경험해 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남편, 하비비의 로망이다.
하비비는 평소에도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서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운전할 수 있고 탁월한 방향감각을 자랑하며 모르는 길도 용감하게 다닌다. 나는 오토바이를 못 타니 하비비 등뒤에 매미처럼 찰싹 붙어서 함께 다닌다. 물론 처음에는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몹시 무섭고 꺼려졌다. 하지만 오토바이로 여행하면 정말 편리하고 뻔한 관광지를 벗어나 여러 곳을 다닐 수 있어 오토바이 여행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지난여름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올해 초에 다시 찾게 되었다. 역시나 두 번째 방문은 훨씬 더 정겹다. 마음이 편해지고 지난 방문 때 아쉬웠던 점을 보안하며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다. 이번에는 치앙마이에서 조금 떨어진 매깜뻥이라는 도시를 가보기로 했다. 차로 운전 했을 때 50~60km, 한 시간 반 정도 가야 하는 거리이니 오토바이로 가기엔 꽤 먼 거리 이긴 했다. 하지만 매깜뻥이 오지도 아니고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영상에서 보여지는 매깜뻥은 정말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산속 동화 마을이었다. 오는 길에는 온천도 있고 너무 기대되는 일정이었다.
오전에 출발하여 점심때쯤 도착할 계획으로 움직였지만 이른 아침부터 우리의 발목을 잡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졌다.
세븐 일레븐에서 유심 구입하는데 애를 먹었고 5~6군데를 들려 겨우 구입했다.
현지 은행 ATM에서 현금 인출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했으며,
특히 내가 한국에서 해외인출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해오지 않은 것에 대해 하비비 씨는 화를 꾹꾹 눌러 담아야 했으며, 결국 두 시간 가까이 은행 어플과 씨름한 끝에 귀한 3,000밧을 인출할 수 있었다.
이 날은 여행 첫날이었기 때문에 오토바이도 없이 숙소 - 세븐일레븐 – 다시 숙소 – 은행 이 모든 거리를 걸어서 이동해야 했었다. 정오가 되기 전 우리는 이미 7-8km를 걸어 다녔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는 크리스마스를 지나 새해로 이어지는 극성수기로 택시도 잡히지 않았다. 은행에서 겨우 돈을 인출한 뒤에 다시 걸어서 오토바이를 빌리러 갔는데 오토바이 샵에는 빌릴 수 있는 오토바이도 없었다. 일단 너무 지쳐서 망연자실로 오토바이 샵에 앉아 기다리다 보니 반납하는 오토바이 하나가 들어왔다. 어찌 저찌 극적으로 좋은 오토바이를 구해서 출발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해서 시간은 이미 오후 3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점심도 못 먹었던 것 같다. 출발은 해야 하고 시간은 자꾸 지체되니 먹을 생각도 못 했던 것 같다. 특히 그날은 숙소를 예약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매깜뻥으로 빨리 이동해서 숙소를 알아봐야 했었다. 오토바이를 빌리기까지의 여정은 여행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해프닝에 불과했다.
고속도로는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는지 시원하게 뻥 뚫려 있고 우리는 오토바이를 빌린 기쁨에 신나게 질주했다. 고속도로가 끝나니 가파른 산길이 시작되는데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새해 연휴의 여행 성수기를 간과했었다.
매깜뻥에는 이미 엄청난 인파와 차량으로 구불구불 이어진 가파른 언덕에 여행객들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4륜 구동의 SUV와 트럭들 사이에 우리는 곡예하듯 오토바이를 타고 올라가야 했었다. 하비비와 나 그리고 여행 배낭까지 족히 150kg 정도 되는 무게를 불쌍한 오토바이가 낑낑 거리며 언덕을 올랐다. 치앙마이에서 50km가 넘는 길인데 그중에 20km 정도는 산길을 타고 올라가야 했었다.
산길에서는 자갈과 모래들로 오토바이 바퀴가 헛돌며 휘청거릴 때 가슴이 철렁했다. 식당과 숙소가 즐비한 메인도로에 도착했을 때는 엉덩이도 너무 아프고 너무 허기져서 빨리 앉아서 쉬고 싶었다. 경치를 구경하고 사진 찍고 감상하는 시늉을 조금 한 다음 유튜브 영상에서 본 식당으로 들어갔다. 즐거워해야 하는데… 일단 너무 피곤했고 오늘 저녁의 숙소를 구해 놓지 못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가 없었다. 고된 운전으로 파김치가 된 하비비는 밥을 먹으면서도 자꾸 새로고침을 하며 숙소를 찾았다. 정말이지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해야 하는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대충 하려고 하고 쉬운 길을 찾으려는 게 문제인데 마음먹은 건 반드시 해야 하는 하비비 씨를 따르느라 힘이 들었다. 나였으면 숙소가 마음에 들든 안 들든 불안한 마음에 미리 예약했을 것이고, 이렇게 먼 거리를 게다가 비탈진 산길을 오토바이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비비 씨는 직접 보고 숙소를 고르려고 숙소 몇 개만 찜 해놓고 예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싸울 수가 없었다. 여기서 싸움이 나면 정말 최악인 것이다.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는데 여기에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을 얹을 수는 없다. 심호흡을 하며 정신줄을 붙들었다.
-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