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은 치앙마이 여행기

매깜뻥에서 조난당할 뻔한 이야기 (2/2)

by 향글

우리는 저녁을 먹고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을 안에는 그림 같은 숙소들이 많았지만 모두 예약이 꽉 차서 한 군데도 구할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면서 방이 있는지를 100번은 넘게 물어봤을 것이다. 집 없는 유목민의 처량함이 느껴졌다.


발길 닿는 데로 여행하는 베가본더의 낭만을 즐기기에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다. 유튜브에서 봤을 때는 도파민이 분출했지만 내가 그 상황에 들어와 있으니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마을 안에서 숙소를 찾는 것은 포기하고 온천 쪽으로 내려가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산속에서는 해가 일찍 졌다. 6시가 되니 깜깜해져서 온도도 내려가고 파카를 꺼내 입어야 할 상황이었다. 절망스러웠다. 당연히 마음은 더 급해지고 따뜻한 물과 침대가 너무 간절해졌다. 그 시점에 우리는 10시간을 넘게 길바닥에서 방황 중이었다. 온천 쪽에는 숙소가 있을 거라고 호언 장담하던 하비비 씨도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절대로 상대를 책망하는 말을 하거나 짜증을 내서는 안 된다. 깜깜하고 추운 산속에서 오토바이에 의지해 내려오는데 둘이 서로 힘이 되어야만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 중간중간 오토바이를 세워 에어비엔비와 아고다를 열심히 뒤져가며 예약했지만 번번이 취소되고 말았다. 숙소가 남아있을 리가 없었다. 관광객, 현지인 모두 여행을 하기 위해 호텔로 향하는 새해 연휴란 말이다.


"혹시 동네 슈퍼 사장님은 홈스테이 할 만한 곳을 알고 있지 않을까?"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 지역의 홈스테이가 있는지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보았다. 유튜브에 보면 이러다가 한 주민을 만나 소박하지만 친절한 그의 집에서 하루 신세 지기도 하던데. 현실에서도 그들은 친절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여기저기 전화해 주며 홈스테이를 찾았건만 도착해서 보면 방이 없다 거나 기약 없이 기다리게 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시간은 더 흘렀고 체감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기고 있었다.


우리는 과감히 오토바이를 돌려 다시 50km를 운전하여 치앙마이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마침내 방이 있는 아무 숙소나, 지붕 있고 바닥 있는 아무 숙소나 예약을 했다. 이때 시간이 10시 정도였는데 육체적인 피로함과 불안감에 체감은 새벽 3시 정도 되는 것 같았다. 그 많던 여행객들의 차량은 온 데 간데없고 깜깜한 산길을 우리 오토바이만 쓸쓸하게 내려왔다.


산속이라 더 추웠는지, 오토바이에서 오는 진동인지 파카를 입고도 몸이 떨렸다. 행선지가 정해진 것은 좋았으나 이제는 산속에서 방황하다 길을 잃지나 않을까 또는 산짐승이라도 갑자기 나타나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섰다. 어두운 산길을 벗어나 가로등이 환한 고속도로에 이르니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그것도 잠깐,

"기름이 다 떨어져 가는데" 하비비 씨가 당황하며 말한다.

정말 산 넘어 산이구만… 이 야밤에 다니는 차도 많이 없는데 고속도로에서 누구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느냔 말이다. 기름을 꽉 채워서 출발했는데 반나절 만에 기름을 다 쓴 것이었다. 이러다가 정말 길가에 자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시 한번 여행 유튜버들이 떠올랐다. 노숙도 참 쉽게 하던 데 정말 그들도 목숨 걸고 하는구나.


이제는 주유소를 찾아야 한다. 하비비는 운전하면서 계속 구글맵을 보고 나는 눈을 부릅뜨고 사방으로 주유소를 찾고. 갑자기 시동이 꺼지지 않을까 다시 또 마음을 졸이며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대각선 방향에 주유소가 보인다! 주유소가 운행방향 반대편에 있는 건 문제도 되지 않았다. 4차선 도로를 그냥 가로질러 주유소로 향했다. 기름을 넣고 나서는 길바닥 노숙은 모면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부지런히 숙소를 향해 달리는데 이번에는 하비비 씨가 갑자기 졸린다고 한다. 아이고야… 이 시련은 언제 끝날 것인가! 쏟아지는 졸음과 피로를 느끼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스트레칭하면서 운전을 해야 했었다. 그때 정말 미안했다. 차였으면 쫄보라도 용기 내어 내가 운전했을 텐데 오토바이는 어떻게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우리는 이미 도시에 진입해서 숙소까지는 20분 정도만 더 가면 됐었다.


드디어 도착한 숙소는 꽤 컸는데 주성치 영화에서 볼 듯한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낡은 숙소였다. 1층 현관에는 오토바이부터 해서 온갖 잡동사니가 즐비하게 늘여져 있어 입구를 찾을 수 없었다. 사와디카를 연신 외쳐대니 주인아주머니가 나왔다. 숙소는 감사하게도 냄새가 나거나 꿉꿉하지는 않았고 방도 꽤 크고 비교적 깨끗한 곳이었다. 스프링이 온몸으로 고스란히 느껴지는 침대에 몸을 뉘이자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 무계획 여행에 더 이상, 한 개도 화가 나지 않았다. 살아 돌아온 것이 어디냐...

우리는 기절해서 잠이 들었고 하비비는 다음날 몸살이 났다.


KakaoTalk_20250110_142700030_17.jpg <닭고기 카오소이와 구운 돼지고기가 첫 식사였다. 맛은 나쁘지 않았고 특히 청귤 주스가 정말 맛있었다>
KakaoTalk_20250110_142746787_09.jpg <내려가는 길에도 오토바이, 차, 사람들이 뒤섞여 한 참 걸렸다>
KakaoTalk_20250110_142700030_16.jpg <오늘 이사한 것 처럼 어질러져 있는 숙소 1층 현관. 여기가 맞나, 한 참을 두리번거렸다.>
KakaoTalk_20250110_142700030_11.jpg <방은 2층이었고 다행히 크고 깨끗했다. 화장실도 방에 있고 감개무량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