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앨레나 지음/이주영 옮김)
에르메스 조향사가 안내하는 향수 식물학의 세계
이 책은 몇 개월에 걸쳐 읽은 책이다.
처음에는 ‘에르메스 조향사’에 끌려 읽기 시작했고 중간중간 예쁜 일러스트도 있어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백과사전 같은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잎사귀 파트쯤 읽고 책을 덮었다. 그 뒤로 몇 주 후, 다시 꽃 파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조향을 배우기 시작해서 그런가 ‘장미’부터는 아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이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 뒤로 책을 한 번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가서 밑줄 쳐가면서 읽었다. 처음에는 예쁜 일러스트에 이끌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식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이끌려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한 번 읽고 나서 목차를 보게 되었는데
‘아~! 향을 채취하는 식물의 부위가 다른 거구나! 식물의 부위별로 글을 묶어 놓은 것이었구나~!’
바보 도트는 소리를 하며 뒤늦게 책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물론 오렌지의 경우 나무, 꽃, 봉오리, 열매 등 각자 모든 부위에서 향을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이 없었으면 다양한 부위에서 향을 채집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향료에는 천연 에션셜 오일도 있지만 대부분이 합성 화학물질이다. 천연 에션셜 오일의 향이 더 좋을지 몰라도 나는 합성 화학물질이 세상에 나오게 되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지 않았으면 오늘날 까지도 향수는 로열 패밀리나 재별들만 쓸 수 있는 아주 귀한 물건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향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와 꽃들이 희생되어야만 했을까. 장미향만 보아도 에센스 1kg을 만들기 위해서 장미꽃 3,000 ~ 4,000 kg 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향수를 만들기 위해 자연은 황폐해졌을 것이다. 최근에는 기술이 좋아지면서 품질 좋은 합성 향료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책은 보면 볼수록 예쁘고, 읽기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으며 조향사로서 장 클로드 엘레나의 생생한 현장 경험담이 묻어난다. 예를 들어, 재스민을 따는 여자들은 꽃이 상하지 않게 맨발로 조심스럽게 작업한다는 것과 오후가 되면 따 놓은 꽃이 노랗게 되면서 더 진한 향을 발산한다는 것, 그리고 매력적인 레몬의 향은 세척제에 사용되면서 레몬향의 인식이 다운그레이드된 점 이라든지 당근 씨앗에서 향이 난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식물을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았을 것이다. 책에는 장 클로드 엘레나의 향에 대한 철학과 사랑이 넘쳐흐른다.
“천연 에센셜 오일과 앱설루트는 자기 이야기만 한다. 재스민은 재스민 이야기만, 장미는 장미 이야기만, 라벤더는 레벤더 이야기만 한다. 이들은 합성 화학물과 섞여야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향수를 만들다 보면 향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향적인 향과 외향적인 향이다. 아이리시 커피 속에 들어 있는 크림이나 위스키, 혹은 모히토 안에 든 민트와 레몬을 생각하면 된다. 크림은 커피와 위스키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민트는 레몬과 소통한다. 벤조인은 바로 그 크림과 같다.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데다 심장과 코를 자극하는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벤조인은 조화제 역할을 한다’라고 건조하게 쓸 수도 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글로 써 내려가니 벤조인 향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산책을 하다가 꽃과 나무가 있으면 코를 대고 킁킁 거린다. 향기야 말로 우리가 자연과 나누는 긴밀한 대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