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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ㅈㅠㄴ Jun 06. 2022

[백수일지]꼭 짱이 돼야지. 꼭 짱이 돼서 다 패버려야

지..가 아니라 클라이밍장을 뒤집어 놔야지~!

눈을 뜨자마자 백일장에 참여하기 위해 장미공원으로 향했다. 효주가 제안했고,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향했는데 정말로 재밌었다. 백일장의 시제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원래부터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장미공원에는 정말 이름답게 다양한 색의 장미들이 피어있었다. 노란색, 보라색, 분홍색, 주황색, 빨강색... 아휴 많다 많아. 사실 장미보다, 사람 구경이 더 재미있었다.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각기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골똘히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가져온 과일들을 나눠먹기 바쁘고, 우리 환희는 성큼성큼 앞서나가고, 효주는 또 곧잘 따라가고, 나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뒤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친구들의 발걸음에 맞추기 위해서 허둥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흐뭇해하면서 천천히 천천히


시제가 영 재미없게 느껴져서 쓸 생각도 하지 않고 노닥거리며 던진 이야기를 들은 효주가 그 이야기를 시로 써달라고 했고, 썼다. 막상 쓰니 이렇게 쓰는게 맞나 싶어 환희에게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잘 드러나냐고 물었다. 환희는 그런게 꼭 드러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그대로 내기로 했다. 절대 내가 귀찮아서는 아니고오~ 생각해보니 그렇다. 나도 시를 읽을때 내 맘대로 해석하곤 하는데, 뭐 어때. 구구절절 말하는 습관을 고치는 첫 걸음은 '뭐 어때. 맘대로 생각하라지'라는 마인드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구구절절 말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지는 않은데 어쩌지? 흠... 어쩔티비~




아 소풍와서 라면을 안먹을 수 없지.(소풍아님) 정말 맛있었다. 냠



화장실을 다녀오니 화니가 장난감검을 사서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 칼싸움이라니. 이건 또 뭔가.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몇 년을 잊고 산거야 대체? 내 나이 스물 일곱.. 한참 칼싸움 좋아할 나이. 내가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뛰어노니 너무 재미있었다. 재밌다 라는 말을 소리내서 말하는 날이 잦아진다. 좋은 징조다. 나 삼재 맞아?




나는 효주가 저런 짓을 하면 못 본 척 하는 롤이었는데 이거 참 이상하지. 닮아가는건지, 그런 것쯤은 별 상관 없어진건지. 아무튼, 알게 뭐야? 맞은 편에서 즐거워 하는 효주랑 화니의 얼굴을 보면 남들의 시선같은 건 별 관심없어진다. 그런데 또 꼭 그런 이유로 이러는건 아니고, 그냥 내가 이렇게 노는게 즐거운 거 같아. 




실내 클라이밍장을 갔다. 이전부터 가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는데, 화니효주랑 있으면 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하게 된다. 아주 좋아. 그런데 나 내일 일어날 수 있을까?

 정말 힘들었고 아주 재미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코어힘을 기르고 싶다는 생각을 자발적으로 했다. 코어힘을 길러야 한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하고 싶다의 영역에 들어온 적은 정말로 처음이라고! 





 운동의 필요성을 늘 느끼곤 했지만, 재미있는 운동을 찾을 생각은 안했었다. 나에게 운동은 재미있을 리 없는 것이었으니까. 환희는 그런 내게 '재미있는 운동을 찾아보자'라고 말했다. 사실 그 말 들으면서 저렇게 메모했었다. '재미 있는... 발견... 할 수 ... 있을까...' 라고. 그런데 하루만에 이렇게 찾게 되다니. 

 클라이밍장에는 아이들도 많이 있었다. 작은 몸으로 겁없이 팔을 뻗어 금방 금방 위로 올라가고, 또 겁없이 뒤로 떨어져서 착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경험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부지런히 하나씩 다 해봐야지.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했다는 생각에 골치아파했는데, 벌써부터 낙담해버리기엔 아직 내가 모르는 게 많은 것 같다. 천천히 해보자. 멈추지 말고, 딴 생각 하지 말고, 침대에 있지 말고!




클라이밍을 하고 북촌 피냉면집에 가서 거하게 밥을 먹고 나니 다섯시정도 되었다. 이제 뭘 할지 고민하며 걷는데 스터디카페 간판이 보였다. 뭐든 해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기에, 친구들을 보내고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네시간을 끊고 앉아서 이것 저것 했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돌아와서 환희가 사서 효주에게 들려보내준 비지전과 어제 남은 닭갈비로 저녁을 먹고,  공연기획 회의를 하고, 씻고 빨래 개니 벌써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간다. 얼른 자야지. 그리고 내일은 정말 꼭 줄넘기 한다. 진짜로!



오늘 한 것  

    독립출판 위탁판매 방법 알아보기  

    알바몬 서치  

    상록수 백일장 참여  

    실내 클라이밍 체험  

    빨래 개기  

    페스츄리 홍보용 목업 제작  

    프리랜서 플랫폼 서치  

    공연기획회의  


미완한 것  

    줄넘기  

    페스츄리 홍보 작업물 업로드  


어떻게 할 것인지?  

    내일 진짜 할거임. 진짜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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