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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Mar 03. 2024

딸 같은 며느리 사위 같은 아들

가족 여행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시부모님과 가족여행 다녀왔다. 요즘 너무 바빠진 탓에 두 달에 한 번꼴로 다니던 여행을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많이 서운해하시는 눈치였지만 내가 워낙 바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 입장에서는 부모님만 모시고 다닐 리 만무하다. 이런 분위기를 오히려 더 좋아하는 눈치다.  


여행 가서도 남편은 강아지들 챙긴다는 이유로 숙소에 머물고_남편은 진짜 쉬러 온다. 나는 부모님을 여기저기 모시고 다니며 일정에 맞춰서 다닌다. 그것이 나의 성향에도 맞고 한 번도 힘들다거나 싫지 않았다. 


서로가 싫어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을 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것인데 의향은 물어보기는 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진짜 안 나가고 싶나고 말이다. 그러면 돌아오는 대답은 진짜 숙소에서 쉬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자주 가는 펜션의 사장님께서는 내가 딸인 줄 알고 남편을 사위로 알고 계신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렇게 자주 며느리가 시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올 리 없다는 것이고, 너무 친하게 지내는 모습에 당연히 딸인 줄 알았다고 한다. 


자주 듣는 이야기라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친구들 조차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이제 2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한결같이 함께 다니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탓에 다들 반응이 그러려니 한다. 


정작 어머님은 딸인 시누이와는 여행을 단둘이 가지 않으신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행도 습관인 것 같다.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고 호화여행이라 할지라도 절대 함께 할 수 없지 않은가? 


이제는 시부모님과 습관이 되어버린 여행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건이 되는 한 자주 하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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