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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Mar 28. 2024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4년 전 몸이 이상했다손 저림이 어쩌다 오는 것이 아니라 24시간 내내 저렸다처음에는 큰 병이 있는가 싶어서 덜컥 겁이 났다하지만 우리 몸은 신기하게도 금방 적응해 버린다.



몇 개월 동안 나는 그 손 저림을 방치한 채 그냥 살아갔다짜증도 부쩍 늘었다한겨울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겠거니 했다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따뜻한 남쪽 나라에 일주일 정도 다녀오면 나의 손 저림도 끝나리란 기대감을 품고 여행을 떠났다   


  

사이판에 도착한 그날 실망스럽게도 그 무서운 증상은 사라지지 않았다오히려 비행과 여독으로 인해 오히려 더 심해졌다여행에 집중할 수 없었고그때의 여행이 솔직히 기억나지 않는다남은 건 사진과 기념품들로 그때를 추억할 뿐이다  


   

그 사진 속에서 유난히 충격을 받았던 광경이 있었다그것은 별빛 투어에서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사진 기사님이 시키는 대로 포즈를 하는 낯선 여자를 발견한 것이다한동안 나의 몸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본 적이 없었다검정 원피스를 뚫고 비집고 나온 살들얼굴은 화가 나 있었고남편을 능가하는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아온 성적표라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다자존감이 바닥을 쳤다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더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다짐했다



다음에 반드시 별빛 투어 그 자리에서 변한 모습으로 다시 사진을 찍겠노라고.... 그렇게 다짐을 한 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뼈를 깎는 고통의 시간이 흐르고 건강도 호전되고 다이어트에도 성공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남편에게 여행하자고 제안하는 것이었다.  



신랑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 ” 남편은 나의 무심코 던진 질문에 평소와는 다른 말로 대답을 했다

그래한번 갈 때도 됐지사이파 가서 별 한번 볼까?”라고 대답했다남편은 집을 너무나 사랑하는 집돌이다어떻게 내 마음을 읽었는지 모르겠다그해 겨울 다시 찾은 사이판은 너무 예뻤고우리는 신혼여행을 가는 신혼부부처럼 설레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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