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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May 01. 2024

세상 까칠한 콩이지만

없으면 안 될 소중한 존재

2년 전 이맘때 콩이가 우리에게 왔다. 동네에 있는 강아지 분양하는 곳에 들렀다가 콩이를 만났다. 아주 작은 비숑프리제 남아였는데 눈동자에 흰자가 거의 없고 까만 눈을 가진 콩이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 콩이와 두 달 차이로 우리에게 온 설이도 있다. 콩이설이... 이 아이들 때문에 웃는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설이는 있는 듯 없는 듯 정말 세상 순한 여아이다. 무엇을 하더라도 있는 듯 없는 듯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설이. 이런 설이 덕분에 까칠하고 손 많이 가는 콩이를 더 많이 케어할 수 있는 것 같다. 


콩이는 집에 온 지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식탐으로 인해 점프하다가 잘 못 디뎌서 앞쪽 발 하나가 탈구가 되었다. 너무 어린 때라 뼈를 맞춰놓아도 움직일 때마다 자꾸 빠져서 손을 써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퇴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안 좋은 기억 때문인가 콩이는 발을 잡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뭔가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으르렁거리고 물기까지 한다. 


이러한 콩이의 이를 닦을 수없어서 구취가 슬슬 나기 시작했다. 오늘 미루었던 치석 스케일링을 하러 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치석이 잇몸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깨끗해진 치아를 보고 안도하기도 했지만 전신마취를 하고 진행해야 하기에 콩이가 감당하기가 조금 버거웠나 보다. 설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과 같아졌는데 콩이는 비틀비틀 좀처럼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너무 짠해서 한참 안고 있다가 일하러 가는 시간에 쫓겨 콩이를 자기 집에 넣어주고 나왔다. 


계속 신경이 쓰이고 걱정이 되어서 일이 손에 안 잡혔다. 

열일 제쳐두고 일끝 나자마자 뛰다시피 들어왔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짖고 난리가 났다. 콩이가 살아난 것이다.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아주 씩씩하게 잘 따라다닌다. 설이는 고양이처럼 주인이 뭐 하든 그리 관심이 없는데 콩이는 졸졸졸 따라다니고 소파에 앉아있으면 오매불망 주인만 쳐다본다. 까칠하기로는 일등인데 또 어떨 때 보면 애교도 많고 잘 비빈다.


그러니 까칠하지만 콩이가 있어 우리 집에 웃을 일이 많아 우리가 콩이의 치명적 매력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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